‘셜록:유령신부’에서 셜록 역을 맡은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드라마 덕에 한국에도 팬이 많다.

지난 2일 한정선(35)씨는 서울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된 '셜록:유령신부'(이하 셜록)를 가까스로 예매했다. 시내 극장 곳곳에서 매진이었다. 막상 영화가 시작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작진이 나와 드라마와 영화 세트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를 보기도 전 촬영 뒷얘기를 듣는 셈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모리아티'란 캐릭터는 왜 불쑥 나왔다가 사라지는지, 왜 시대적 배경이 하나가 아닌지…. 결국 영화를 함께 보던 친구에게 "왜"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돌아온 대답은 "나중에 드라마 봐". 영화가 끝난 뒤 배우들의 인터뷰 동영상이 나오자 그는 '셜록'이 애당초 영화로 만들어진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인터뷰 동영상을 빼면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90분 남짓. 한씨는 "드라마인 줄 알았으면 굳이 영화관에서 안 봤을 거다. 그런 정보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드라마 '셜록'을 다 봤다면 꼭 봐라. 아니라면 보지 마라!" '셜록'을 보고 나온 관객의 반응은 딱 이렇다. 드라마 시즌 3이 끝난 데서부터 이어지기 때문에 그동안의 줄거리를 알지 못하면 내용을 따라잡기 어렵다. 시즌4를 시작하기 전 셜록 시청자들을 위해 나온 특별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관객은 이 작품이 드라마 '셜록'을 19세기 배경으로 각색해 영화로 만든 것인 줄 안다. 개봉날에만 39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포스터나 홍보 동영상에는 이 작품이 드라마의 특별편이란 내용이 없다. 홍보 대행사인 이가영화사는 " '셜록'은 영화 맞다. 영국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개봉했다"고 했다. 영국은 BBC1에서, 미국은 PBS에서 지난1일 방영했다. 영국 영화관에서 상영한 것은 드라마에다 출연진의 인터뷰 영상을 덧붙였다. 극장에서 '영화'로 이를 개봉한 건 아직까지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 현지에서 무료로 보는 드라마를 한국에선 1만원을 내고 본 셈이다.

오페라, 뮤지컬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상영할 때는 포스터나 전단에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있다. 드라마 '셜록'이 영화 '셜록'으로 둔갑한 게 고의라는 의심을 피하긴 어렵다. 6일까지 89만6435명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