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원생 200명 규모 유치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국산 고급 승용차를 렌트카 업체에서 장기 임차해, 2012년부터 최근까지 31개월간 유치원 공금으로 렌트비 4150만원을 냈다. 2014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곤 유치원 법인 명의 통장에서 현금 100만원을 인출해 당시 한 후보에게 기부금 명목으로 송금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7월부터 6개월간 원생 200명이 넘는 서울시 사립 유치원 가운데 12곳을 대상으로 한 ‘사립 유치원 경영 실태 감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유치원 9곳의 원장·설립자 21명이 A 원장처럼 유치원 공금을 횡령해 자기 돈처럼 마구 쓴 것으로 나타났다.

B 원장은 원생들의 급식비로 써야 할 돈을 51차례에 걸쳐 찜질방 이용료와 휴가 여행 경비, 치약, 여름철 기능성 내의·액세서리 구입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공금을 자택 관리비와 가스비, 개인 소유 승용차 자동차세로 사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옷을 산 돈을 교사 연수 경비로 꾸민 원장도 있었다.

강사 월급을 빼돌려 배불린 원장도 있었다. C 원장은 2014년 강사 2명에게 줘야 할 강사료 1680만원을 본인 계좌와 배우자 계좌로 이체해 횡령했다. 하지도 않은 공사 견적을 만들어 2200만원을 공사와 무관한 사람 계좌로 보낸 원장도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은 “자리에서 물러나고도 1년 가까이 급여와 판공비를 총 7370만원 받아 챙긴 ‘유령 원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치원 회계는 크게 매월 교육청이 원생 1명당 29만원(방과 후 비용 포함)을 지급하는 누리과정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내는 돈으로 구성된다. 두 가지가 모두 한 계좌에서 처리돼 유치원 원장들이 어떤 돈을 빼돌렸는지는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김형남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은 “유치원 회계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원장과 설립자들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횡령액이 크고, 비위 정도가 심한 원장 3명과 설립자 1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이 유치원 9곳이 부당한 회계 운영으로 챙긴 총 8억6 100만원은 환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