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 비행기.

지난달 31일 오후 10시35분 인천을 출발해 필리핀 세부로 가려던 에어아시아 여객기(Z2047편)가 정비불량으로 운항이 취소됐다. 에어아시아 측은 출발시각이 2시간이나 지나서 승객들에게 결항 소식을 알렸다. 영문도 모르고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승객들은 “휴양지에서 새해 연휴를 보내려던 계획이 엉망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새해 연휴 마지막 날인 3일엔 세부를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진에어 항공기가 이륙 후 출입문에서 굉음이 들려 세부 공항으로 되돌아왔다. 비행기는 1만 피트 상공에서 기수를 돌렸고, 일부 승객은 두통과 귀울림 등을 호소했다. 탑승객들은 “출입문 고장에 대한 안내방송도 없었다”고 항의했다.

에어아시아와 진에어는 모두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이다. 대형 항공사보다 20~30% 저렴한 운임을 앞세워 고속 성장한 LCC 업계에 최근 비상이 걸렸다. 저비용항공사 항공기에서 안전사고가 잦은 탓에 이용객들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LCC 안전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달 제주항공 여객기의 급강하 사고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의 기내 압력조절 장치에 이상이 생겨 기체 고도가 3000여m 급강하했다. 이 과정에서 탑승객 152명이 호흡곤란과 고막 통증을 호소했고, 착륙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LCC가 사고가 잦은 원인으로 비용을 아끼기 위한 무리한 운항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사마다 갖고 있는 비행기를 풀가동해 최대한 수익을 올리려다보니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정비시간이나 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저비용항공사 비행기는 운항 스케줄이 빡빡해 기체 노후화가 빨리 진행된다는 의견도 있다.

소비자 피해 접수도 대형 항공사보다 LCC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 1~9월 항공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접수 1179건을 분석한 결과 해외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필리핀 저비용항공사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이용자 10만명당 21.86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에어아시아엑스(말레이시아) 16.36건,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인도네시아) 9.42건, 스쿠트항공(싱가포르) 7.66건 순이었다.

국내 항공사 7곳 중에서도 여객 10만 명당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제주항공(0.64건), 이스타항공(0.57건), 진에어(0.48건) 순으로 LCC가 1~3위를 차지했다.

1년에 1~2회 꼭 해외여행을 간다는 직장인 정모(41)씨는 “저비용항공사 티켓을 사는 것은 ‘복불복’ 같은 일종의 도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으로 휴가를 즐길 수도 있지만, LCC는 안전사고가 잦고 고객 서비스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어 여행을 완전히 망칠 위험성도 높다”고 말했다.

정부도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최근 연이어 발생한 LCC의 항공안전장애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관리 실태와 규정준수 여부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LCC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