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혼 소장(訴狀)을 2년여 전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최 회장은 2013년 1월 유명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이런 소장을 작성했으나 그 직후 자신이 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소장을 법원에 내지 못했다.
본지가 30일 입수한 소장에서 최 회장은 "성장 배경, 성격, 문화, 종교 차이로 결혼 초부터 갈등을 많이 겪었다"며 "특히 노 관장의 강한 표현 방식으로 갈등이 더 커졌다. 애정이 급속히 식어갔고,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혔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06년부터는 노 관장도 이를 알고 이혼과 거액 위자료를 먼저 요구한 적도 자주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 관장 사정을 잘 아는 지인들은 "혼인 파탄 책임을 노 관장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 회장이 2011년에 검찰 수사를 계기로 결혼 관계가 파탄 났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는데, 최 회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내연녀를 만났고 2010년 내연녀와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 회장이 다른 자식이 있음을 고백한 지금 이혼 문제가 법정으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 사이에는 "소송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 많다.
최 회장이 불륜으로 혼외자(婚外子)까지 둔 '유책(有責·책임이 있는) 배우자'이고, 노 관장이 이혼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법원이 최 회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법원은 이혼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는 '유책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노 관장도 혼인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줄 증거가 있다면 법원에서 이혼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법무 법인 로투스의 안철현 변호사는 "최 회장의 주장대로 혼인 관계가 '거액 위자료' 때문에 유지되고 있거나, 상대가 오기와 복수심을 갖고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고 있는 걸 입증한다면 이혼 판결이 가능하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노 관장이 혼인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경우 여러 증인을 부르는 등 법정 공방이 수년간 이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