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마무리투수인 아롤디스 채프먼(28)이 최고 명문 팀 뉴욕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다.

AP 통신 등 미국 현지 언론은 29일(한국 시각) 뉴욕 양키스가 유망주 4명을 내주는 조건으로 2015시즌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었던 쿠바 출신 마무리 채프먼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채프먼은 2010년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6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2.17, 19승20패 146세이브를 기록했다. 직구 평균 시속 100마일(약 161㎞)을 유지하는 채프먼은 2011년 4월 19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106마일(170.66㎞)의 공을 던지며 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170㎞ 벽을 넘어선 투수가 됐다. 팬들을 그를 '쿠바 미사일'로 부른다.

야구에는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라'는 말이 있다. 희소 가치 때문이다. 당초 채프먼은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플로리다주 자신의 집에서 여자 친구와 다투다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져 논의가 중단됐다. 채프먼은 지난 8월 만들어진 MLB 가정 폭력 방지 규정에 따라 사무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최악의 경우 2016시즌 대부분 출전정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뉴욕 양키스가 위험을 무릅쓰고 채프먼을 영입한 것은 '170㎞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기 대문이다.

채프먼이 쿠바에서 망명한 이후 미국 본토에 상륙해 광속구를 뿜어내자 미국의 한 방송국은 '스포츠 사이언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투구 동작을 상세 분석했다. 그 결과 채프먼은 와인드업부터 공을 뿌리는 단계까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을 모두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채프먼이 공을 던지기 위해 어깨를 회전하는 각도(twisting angle)는 65도로 MLB 투수 평균(40도 정도)을 훨씬 넘었다. 이어 딜리버리 타임(Delivery Time·투구 시 팔을 휘두르는 시간)이 매우 빨랐다. 딜리버리 타임은 타자의 배트 스피드와 같은 개념인데, 채프먼의 경우 0.035초로 MLB 평균(0.07~0.09초)의 절반도 안 됐다.

채프먼는 공을 던지는 순간 양발 간격, 즉 스트라이드(stride)도 매우 컸다. MLB 투수 평균이 신장의 87%인 데 비해 채프먼의 스트라이드는 2.26m으로 자신의 키보다 30㎝나 더 컸다. 또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 역시 앞으로 내디딘 오른발보다 30㎝ 앞쪽에 형성됐다. 이렇게 되면 타자들의 체감 속도는 더 빠르다. 타자들로선 판단 시간이 더욱 줄어들어 정상적인 타격이 어려워진다.

현대 야구에선 투구 준비 동작(Take Back)은 최대한 적게 하고 딜리버리부터 릴리스까지 동작을 크고 빠르게 하기를 권장한다. 투구 동작에서의 힘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준비 동작부터 공을 던질 때까지 동작이 모두 큰 채프먼은 이런 야구의 통념을 깨는 선수다. 동작이 커 상대적으로 제구가 흔들리는 게 약점으로 꼽히지만 빠른 공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이 더 돋보인다.

이효봉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채프먼은 중남미 선수 특유의 부드러움과 탄력성, 파워, 공을 쥐는 왼손의 강한 악력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동작이 크지만 온 몸을 활용하는 투구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170㎞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