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로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영국 유명 극단이 처음으로 연극으로 만들면서, 똑똑한 백인 소녀로 알려진 여주인공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역에 마흔여섯 살 흑인 여배우를 캐스팅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영국 팰리스 극단이 내년 7월 선보이는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에서 흑인 배우 노마 드메즈웨니(46)가 헤르미온느 역을 맡는다고 21일 보도했다. 아프리카 스와질랜드가 고향인 드메즈웨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다가 인종차별을 피해 7세 때 영국에 이민 왔다. 2006년 영국 최고 권위 연극상인 올리비에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드메즈웨니의 캐스팅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원작 소설 삽화에 그려진 헤르미온느는 백인이었고, 영화에서도 백인 배우 에마 왓슨이 연기해 '당연히' 백인 소녀라고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캐스팅 발표 후 일부 해리 포터 팬은 SNS 등에 "흑인 헤르미온느라고? 누가 그걸 생각이나 해봤겠느냐" 등 비판 글을 올렸다. 그러나 원작자 조앤 롤링은 캐스팅 후 트위터를 통해 "(헤르미온느에 대해) 갈색 눈, 곱슬머리, 매우 영리하다고만 썼을 뿐 백인이라고 한 적 없다"며 "나는 흑인 헤르미온느를 사랑한다"며 극단 방침을 지지했다. "인종을 명시하지 않으면 당연히 백인일 것으로 여기는 편견을 깼다"(영국 가디언)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극은 소설·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자 롤링도 극본 작업에 참여했다. 세 자녀의 아버지가 된 해리와 그의 막내아들 앨버스의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로, 포터 가문의 비밀이 다뤄질 예정이다. 데일리메일은 "예매 시작 24시간 만에 17만5000석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며 "내년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연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