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얼얼한 강펀치를 날린 대사는 무엇일까. 맥스무비 영화연구소가 본지 의뢰로 지난 14~16일 '올해의 명대사'를 조사했다. 100만명 넘게 모은 한국 영화 21편과 다양성 영화 흥행 톱5를 제시하고 진행한 설문에 1645명이 응답했다. 관객의 심장을 저격한 대사들이다.

국내 영화 명대사 톱5

5위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1930년대를 그린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이 들려준 대사다. 118표를 얻었다. 친일파 암살단을 이끄는 안옥윤은 "물지 못할 거면 짖지도 말아야 한다"는 생존 논리에 굴복하지 않는다. 조국을 되찾기 위해 싸우는 투쟁 논리를 온몸으로 실천한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정치판에서 여당은 '애국심', 야당은 '친일 논란'으로 이 영화를 활용했다. 광복절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정재 "'암살' 촬영현장 유행어, 따로 있었다"

4위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사도'에서 사도세자(유아인)는 과녁이 아니라 공중으로 화살을 쏘고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영조(송강호)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이 비극은 젊은 관객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세상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곤 다음 세대에게 '똑같이 살라' 강요하는 식이라서 갑갑하고 불확실한 청춘일수록 공감했다. 250년 전 그 죽음을 검시(檢屍)하듯 들춘 이 영화를 보며 부자관계를 떠올린 관객도 많았다. 132표. ▶어긋난 父情의 비극적인 그 이름, 思悼

3위 "모히토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할까"
배우 이병헌을 수렁에서 건져낸 한마디였다. '내부자들'에서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는 "몰디브에 가서 모히토나 한 잔 하면서 살자"는 옛 연인의 말을 엉뚱하게 기억해 이 대사를 날린다. 극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전라도 사투리와 더불어 인간미가 배어나면서 어둡고 긴장이 팽팽한 영화에 숨구멍을 만들어줬다. 이 명대사는 이병헌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다고 한다. 167표를 받았다. ▶'내부자들' 이병헌·백윤식·조승우, 연기력 미.쳤.다.

2위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베테랑'에서 서도철(황정민)은 돈을 받고 청탁하는 동료 형사를 향해 이 대사를 날린다.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돈이라는 약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한국 사회의 갑을(甲乙) 다툼을 비춘 이 영화에서 관객은 물론 을의 편이었다. 류승완 감독은 배우 강수연(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사석에서 하던 말을 흘려 듣지 않고 영화에 써먹었다. 223표. 강수연에게 진 빚이다. ▶뻔한 '甲乙 싸움판', 액션 춤판이 뒤집었다

1위 "어이가 없네~"
명대사 1위도 '베테랑' 차지였다. 조태오는 트럭 기사(정웅인)가 420만원 임금 체불 때문에 1인 시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렇게 푸념한다. 왜 일을 크게 만들었느냐는 역정이다. 관객은 이 대사에 몰표(691표)를 던졌다. 맥스무비 박혜은 편집장은 "1341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은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등이 줄줄이 회자된 명대사 공장이었다"고 했다. 외화 중에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킹스맨')가 334표로 1위를 차지했다. ▶유아인, 송강호·황정민 제치고 '올해의 배우' 등극

영화 베테랑 속 그 차


명대사 1,2위를 차지한 영화 '베테랑'은 영화에 등장한 자동차들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도심 자동차 추격신이 나오면서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영화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포르셰, 포드 등 다양한 브랜드의 차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자동차 추격 장면에는 80여대의 차들이 등장해 쫓고 쫓기다 부서진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자동차 협찬을 거의 받지 않아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극 초반, 서도철은 중고차 사기단을 잡기 위해 동료 미스봉(장윤주)과 함께 연인으로 위장해 고급 외제 중고차 한 대를 구입한다. 이때 이들이 구입하는 차가 벤츠 'S클래스'다. 가격은 2억원 정도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 즐겨 타 '회장님차'로 유명하다. 영화에서는 이 차를 가운데 두고 격투신이 벌어지지만, 정착 차는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 촬영을 위해 빌린 차라 보닛(차 앞부분 엔진 덮개) 안을 모포로 채우고 비닐을 씌워놓고 촬영하는 등 흠집이 나지 않게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서도철이 사기단을 잡을 때 도움을 주면서 이야기를 갈등으로 밀어 넣는 컨테이너 트럭 운전사 배기사(정웅인). 그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트럭은 스웨덴 중공업 업체 '스카니아' 제품이다.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1995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 대수 1위 브랜드다. 가격은 1억6600만~2억4300만원대. 엔진과 변속기 성능이 뛰어나 차량 크기에 비해 움직임이 유연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조태오의 자동차 컬렉션이다. 먼저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타고 온 업무용 자동차가 '에쿠스 리무진'이다. 현대자동차 중 최고가 라인으로 6700만~1억946만원대다. 사장님들을 위한 법인 차량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차다.
조태오가 배기사를 죽이려 한 사건으로 아버지 조 회장에게 불려가 혼난 후 최상무(유해진)에게 서도철의 살인을 지시할 때 타고 나오는 차는 포르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이다. 1억5000만원 정도인 이 차는 4800㏄ 트윈 터보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대 출력 520마력, 최대 토크 76.5㎏·m를 낸다.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자동차 추격신에서 조태오가 타고 나오는 차는 미국 포드의 스포츠카 '머스탱'이다. 조태오는 이 차를 타고 서도철 등 경찰의 추격을 피해 명동 도심으로 돌진한다. 주변 차들을 한 대씩 부수면서 질주하고, 그 과정에서 머스탱도 완파된다. 머스탱은 1964년 출시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포츠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카마로'와 함께 미국 근육질 스포츠카를 일컫는 '머슬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