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별하랑'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쌍둥이 형제가 있는 김지훈(46)·윤희순(45) 부부는 신혼 때부터 아파트 1층만 골라서 살았다. 쿵쾅쿵쾅 뛰어다니는 아들 셋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내린 결정이었다.

신공덕동 별하랑_외관

부부는 작년 10월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주택가에서 경매로 나온 노후 단독주택을 발견했다. 좁은 골목길과 큰 도로가 만나는 모퉁이에 있는 1층짜리 주택이었다. 10년 넘게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경매에 참가해 낙찰됐다. 그리고 올가을 다락방 2개와 임대용 공간까지 딸린 4층짜리 협소 주택을 지었다. 별 같이 높은 사람이 되자는 뜻을 담아 집 이름을 ‘별하랑’으로 지었다.

신공덕동 별하랑 Before(왼)&After(오)

별하랑은 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이지만, 오래된 주택과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있어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웬만한 편의시설은 다 갖춰져 있다. 원래 거주하던 아파트와 멀지 않아 아이들 학교도 옮길 필요가 없었다.

별하랑은 대지면적이 56.3㎡(17평) 밖에 안 되는 좁은 땅 위에 지어졌다. 대지 낙찰가는 2억3000여만원으로 3.3㎡당 약 1350만원이었다. 건축면적 28.9㎡(8평), 연면적 89.3㎡(27평)짜리 협소 주택을 짓는 데 약 2억원이 들었다. 시공은 투핸드디자인이 맡았다.

1층은 주차장과 22.7 ㎡ 크기의 임대 공간이 있다.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주방 겸 거실이 나온다. 주방은 동선이 편하게 ‘ㄷ’ 형태로 디자인했고 거실은 폭이 좁은 대신 기다랗다.

별하랑은 집을 반 층씩 높여 설계하는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디자인됐다. 그래서 같은 층인데도 공간에 따라 바닥 높이가 달라지는 ‘단차’가 있다. 별하랑 2층 문을 열고 발을 딛는 곳은 주방이고 주방과 맞붙어 있는 거실은 바닥이 30㎝ 정도 더 높다. 거실 바닥이 주방 바닥보다 더 높다 보니, 당연히 천장도 거실 쪽이 더 높다. 천장 높이가 달라 생겨난 자투리 공간에는 짐을 수납할 수 있는 창고를 만들었다.

주방에서 욕실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첫째 아들 김건군의 방이 나온다. 건이 방은 2층 주방 바로 위에 있다. 건이 방 침대에 누워 벽에 달린 창문을 열면 2층 거실이 내려다보인다. 거실까지 내려오지 않고도 방에 앉아 거실에 있는 TV를 시청하거나 창문을 열고 거실에 있는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다.

건이 방에서 계단을 몇 개 오르면 부부가 쓰는 드레스룸과 침실이 등장한다. 건이 방이 3층이라면, 부부 침실은 1.5m 정도 더 높은 곳에 있어 3.5층 정도도 보면 된다. 부부 침실 안에 있는 좁은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이 나온다. 지붕으로 인해 생긴 자투리 공간인데 성인 한 명이 누워서 잘 수 있는 크기다.

3.5층에서 또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4층 쌍둥이 형제 김신·김휘군의 방이 나온다. 나란히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이 놓여 있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오르면 천장이 낮은 다락방이 등장한다. 쌍둥이 형제가 오붓하게 잠을 자는 곳이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1층부터 4층, 그리고 ‘4.5층’ 같은 다락방과 옥상까지 집 안의 여러 공간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뛰어논다.

김씨 가족은 앞으로 수년간 별하랑에 지낼 계획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더 크면 협소한 주택에서 지내기 불편할 수 있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나중에 집을 두 가구로 분리해 세를 줄 생각도 있다. 건축주 김씨는 “별하랑은 설계 단계부터 두 가구로 분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집”이라고 말했다.

신공덕동 별하랑 단면도,2층,3층 평면도

김씨는 1층~3층, 그리고 3.5층~4.5층(쌍둥이 다락방)까지 두 가구로 분리해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도록 지었다. 만일 3층 아들 방과 3.5층 부부 침실 사이에 벽을 세워 막는다면, 1~3층은 거실, 주방, 침실, 욕실, 그리고 독립적인 현관을 갖춘 단독 세대로 활용할 수 있다.

3.5층~4.5층만 딱 떼어놓고 봐도 욕실, 주방(현재 드레스룸), 그리고 부부 침실(3.5방)과 쌍둥이 형제 방(4층), 쌍둥이 형제의 다락방(4.5층)까지 총 3개의 방을 갖춘 공간이 탄생한다.

김씨는 “두 가구로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지만 당분간은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며 주택 생활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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