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한치과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한 명은 '유디치과 척결'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유디치과는 '반값 임플란트' '스케일링 0원' 등 값싼 진료비를 내세워 사세를 확장하며 임플란트 가격 인하를 주도했다. 그런 유디치과를 없애겠다는 공약으로 그 후보는 회장에 당선됐다. 이때부터 치협과 유디치과의 4년 전쟁이 본격 시작된다. 치과의사 회원 2만여명을 둔 치협이 주로 공격을 했고, 유디 측은 방어에 치중했다.
저렴한 진료로 치과계의 적이 되다
유디치과 설립자인 김모(52) 원장은 1992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성신치과를 운영하다 2000년 상호를 유디치과로 바꿨다. 유디치과는 현재 국내 127개, 미국에 13개 지점이 있다. 급성장 배경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당시 치아 1대당 250만~300만원쯤 하던 임플란트 가격을 120만원 이하로 낮췄고 스케일링은 웬만하면 공짜로 해줬다. 유디 측은 각종 기자재의 공동 구매와 공동 마케팅 등으로 비용을 줄여 의료비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디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석플란트, 용플란트가 생겨났으며 다른 치과들 역시 임플란트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동네 치과에 유디치과는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
2011년 치협 집행부는 회원들을 상대로 유디 척결 성금을 모았다. 그리고 유디가 사용하는 임플란트용 인공치아 뼈대 역할을 하는 금속에 발암물질 베릴륨(Be)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며 포문(砲門)을 열었다. 연일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환자에게 장착된 상태에선 위해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이 의혹은 사라졌다. 논란이 된 재료는 유디뿐 아니라 다른 치과에서도 많이 사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치협의 공세는 더 거세졌다. 유디에 협회 홈페이지 이용을 금지시켰고, 유디의 구인 광고를 실은 치과 관련 매체에는 '치협 출입금지 및 취재 거부' 조치를 취했다. 기자재 공급업체에는 자재를 납품하지 말라고 요청하는 등 유디 고사(枯死) 작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 작전은 치협에 부메랑이 됐다. 2012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디치과의 영업 활동을 방해한 치협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치협은 '공정위 조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공업용 미백제' 사건이 불거진 것도 그 무렵이었다. 경찰청은 일부 치과에서 공업용 과산화수소 혼합물질을 환자에게 미백제로 속여 불법 시술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경찰이 밝힌 수사 대상 치과는 600여곳이었지만, 수사는 유디치과 20여곳에 집중됐다. 치협은 "유디치과가 국민을 기만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더 이상 진척이 없었고, 지난 4월 이 사건을 지휘한 검찰은 유디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35% 과산화수소를 사용한 치아미백술은 치과대학 교과서에도 나오고 외국에서도 시행하는 시술로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디 측은 "터무니없는 흠집내기식 수사였다"고 했다. 당시 경찰 수사 책임자는 최근 청와대 문건 유출과 뇌물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박관천 경정이었다.
유디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이러는 사이 국회에선 유디에 큰 타격을 줄 만한 의료법 조항이 만들어졌다. 2012년 시행된 이 법은 의료법 제33조 8항으로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기존 조항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고친 것이다. 의료기관이 지나친 영리를 추구해 대형화, 기업화하면 환자 건강을 돌보는 본래 목적에 소홀할 수 있기에 병원 한 개만 운영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이 법은 '1인1개소법'으로 부르기도 한다.
기존 법은 '병원 개설만 금지하고 다른 병원 경영엔 참여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돼 유디 형태의 병원들이 합법이었으나, 새 법에 '어떠한 명목으로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단서가 추가되면서 유디는 불법으로 분류될 처지였다. 치협은 2013년 개정 의료법에 위반된다며 유디를 고발했다. 보건복지부도 유디의 의료법 저촉 여부 조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최근 유디치과 관계자 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9명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유디치과 운영 방식을 불법으로 본 것이다. 설립자가 명의 원장들을 고용해 22개 지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으며, 경영 지원 회사인 ㈜유디 직원들이 각 지점에 파견돼 병원 경영을 맡았다는 게 혐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유디 측은 수사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새 법 시행 전에 병원 운영 방식을 바꿨다는 것이다. 과거엔 설립자와 각 지점 원장이 일대일 동업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을 나눴지만, 현재는 각 지점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며 각자 수익과 손실을 책임지는 형태라는 것이다. ㈜유디는 브랜드 사용료와 컨설팅 자문료를 받을 뿐 각 지점은 해당 원장이 운영하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검찰은 독립 운영으로 포장만 했을 뿐 현행 법상 불법적인 운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불법 로비로 의료법을 바꿨다?
그런데 지난해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진다. 치협이 2011년 국회의원들에게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여 문제의 의료법 조항 개정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맡았다. 검찰은 치협 측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여러 명에게 선관위에 신고된 계좌로 1000만~3000여만원의 후원금을 준 사실은 확인했으나, 개별 의원에게 별도의 자금이 유입된 흔적은 밝혀내지 못했다. 또 치협 집행부가 '유디 척결 자금' 25억원을 조성하고 이 중 상당액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수사가 답보 상태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같은 지검 내에서 공안부는 불법 로비로 의료법이 바뀌었다는 의혹을 수사했고, 형사부는 그런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수사하는 어색한 광경이 한동안 벌어졌다.
불법 로비 의혹 수사가 부진한 채 의료법 위반 수사가 활기를 띠자 지난 7월 어버이연합 등 노인단체와 보수단체들이 몰려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값싼 의료로 국민에게 혜택을 준 업체에 상을 주진 못할망정 왜 처벌을 하느냐"면서 "검은돈으로 법을 바꾼 단체와 정치권에 대한 수사부터 철저히 하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치협은 유디치과가 불법 운영했다는 검찰 결론에 "개인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 폐해를 야기해 온 것으로 알려진 유디치과에 대한 기소 결정과 관련해 3만여 치과의사들은 의료 질서와 정의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사법 당국과 정부 의지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유디치과 기소 사례를 토대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네트워크형 신종 사무장 병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범정부적 기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료법에 대한 헌재 위헌 심판이 중요
이제 유디와 치협은 의료법 위반을 놓고 법정에서 한판 승부를 가리게 됐다. 하지만 재판에 앞서 다른 변수가 생겼다. 유디와 비슷한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서울동부지법에 기소된 다른 병원이 1인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며,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위헌심판 제청이 이뤄지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동부지법 재판장은 의사가 병원 한 개만 운영하게 하는 법은 "의료 정보 공유와 기술 발전을 막고 공동 구매 등을 통한 원가 절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막을 뿐 아니라 의료인의 직업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등 위헌으로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1인1개소법 조항이 없다. 대만에 2개 이상 병원 개설을 막는 조항이 있지만, 경영 참여까진 막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오면 유디 등과 같은 병원은 모두 혐의를 벗게 된다. 반면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나오고 법원이 유디를 불법 병원으로 판단하면 유디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양측의 공방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치협은 작년 말 유디의 '스케일링 0원' 시책이 환자를 유인하고 과잉 진료로 보건의료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면서 유디치과 수십 곳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유디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치협은 또 유디가 거액의 세금을 포탈했다고 고발했지만, 오히려 유디 측이 세금을 더 내서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발을 취소했다. 유디 측은 "치협이 제기한 많은 의혹 중 한 개라도 사실이 있었다면 유디는 오래전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했고, 치협 측은 "의료시장 건전화와 국민 건강증진 차원에서 유디와 같은 네트워크 병원은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양측은 미국의 유디치과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치협은 "유디가 미국에서 불법 영업을 일삼아 현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디 측은 "또다시 근거 없는 공격을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치협은 수일 전부터 의료법 위헌심판을 염두에 둔 서명 운동에 나섰고, 유디는 동부지법 위헌심판 제청과는 별개의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