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그리스도교인들이 독점할 대상도 아니고, 무조건 배척할 대상은 더욱 아닙니다. 인류 공동 문화유산이자 위대한 질문지입니다. 인생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주는 해답집이 아니라 삶을 깊고 넓게 보게 만들어주는 '질문지'라는 것이죠. 그래서 성서의 핵심적인 질문을 위주로 책을 썼습니다."

‘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을 한꺼번에 펴낸 배철현 교수. 그는“우리 옆에 있는 낯선자가 바로 신(神)”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구약과 신약성서를 해설한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이상 21세기북스)을 펴냈다. 각각 508쪽, 35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책은 구·신약을 순서대로 해설하지 않는다. 그는 구약에서 하나님이 던진 13개, 신약에서 예수가 물은 15개의 질문으로 각 권의 뼈대를 세웠다. 그 뼈대 위에 자신의 전공인 중동의 고대언어와 문헌에서 추려낸 내용을 종횡으로 엮어 살을 입혔고, 카라바조와 샤갈 등의 성화(聖畵)와 최신 영화까지 두루 섭렵하며 피를 돌게 했다. 문자를 넘어선 당대의 맥락을 제시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는 유용한 '참고서'인 셈이다.

그가 고른 질문은 불교로 치면 '화두(話頭)'다. 평생을 놓고 곱씹어 풀어야 할 숙제다. 구약에서 신의 첫 질문은 '너는 어디에 있느냐'이다. 신의 명령을 어기고 에덴동산에서 '선과 악의 지식의 나무' 열매를 먹은 아담에게 신이 '왜 너는 죄를 지었느냐'고 묻지 않고 '네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은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모든 재산과 자식을 잃은 의인(義人) 욥에게 신이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 신약에서 예수가 던지는 첫 질문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으냐"(마태복음)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일까. 성서를 읽다보면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하나같이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이 책을 통해 배 교수는 성서에서 '익숙한 자아와의 단절'과 '낯선 이를 신(神)으로 대하는 자세'를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고향을 떠나라고 한 신의 명령에 따라 길 떠난 아브라함이 겪었던 낯선 공간, 집 떠난 야곱이 하늘로 닿은 사다리(층계) 꿈을 꾼 미지의 땅은 모두 두려움 속에 익숙함을 벗어나면서 신을 만나게 되는 곳이다.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아브라함과 사라가 왕처럼 대접했던 낯선 자, 엠마오로 가던 예수의 두 제자가 동행한 낯선 이가 모두 신이라고 배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나와 다른 이데올로기와 종교, 세계관을 가진 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신을 만날 수 없다"며 "그 낯섦과 다름을 수용하고, 그 다름을 참아주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여기며 대접할 때 신은 비로소 우리에게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지난 13년간 '성서와 기독교 사상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학기당 300~400명 학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이 크게 두 부류예요. 개신교와 천주교 신자들은 '우리 목사님(신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던데요'라며 기존 지식을 확인하려고 하고, 둘째는 안티 기독교이더군요."

배 교수는 "질문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갈 수 있는 통과의례"라며 "성서의 질문을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 던질 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너는 어디 있느냐'는 '한국 사회는 어디 있느냐'로, '너의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는 '너의 이웃(동료)은 어디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성서에 감춰진 '침묵 속의 웅변'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배 교수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