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에비스나무병원 갱년기노화방지센터 오한진 센터장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골감소증·골다공증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50대 이상에서 골다공증 전단계인 골감소증 유병률은 남성 46.5%, 여성 48.7%에 달했고, 골다공증 유병률은 남성 7.3%, 여성 38%로 나타났다.
[50대 남성 골다공증 주의보… 환자 90%가 병 몰라]
한국인은 미국·일본 사람보다 뼈가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10세 이상 한국인, 일본인, 미국인(히스패닉·백인·흑인)의 고관절·대퇴골·요추의 골밀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낮았다
오한진 센터장은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결핍, 바깥 활동이 부족해 햇볕을 충분히 못 쬐면서 나타나는 비타민D 결핍이 한국인의 골밀도를 심각하게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골밀도는 원래 20대 중반에 최고로 높아지는데, 한국 여성의 경우는 40세까지 골밀도가 높아진다. 오 센터장은 "골밀도가 정점을 찍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뼈의 질과 골밀도의 최고 값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골밀도는 젊을 때 최대한 높여 놓아야 나이가 들어서 골다공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최대 골량에 도달하면 여성은 폐경 전까지 유지되다가 폐경 후(남성은 50세 이후) 1~3%씩 골 소실이 일어난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웅환 교수는 "젊을 때 골밀도를 저축한다고 생각하고 영양섭취를 골고루 하고, 운동 등 바깥 활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며 "금연은 필수"라고 말했다.
특히 의도적으로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은 골밀도를 감소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따르면 5㎏의 체중을 감량한 뒤 다시 체중이 증가한 여성 그룹이 체중 감량을 한 적이 없는 여성 그룹에 비해 척추 골밀도가 낮다. 최웅환 교수는 "50대 이후에는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식이요법·운동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진단과 예방법
젊을 때보다 키 4㎝ 이상 줄면 골다공증 의심
골밀도가 감소하면 결국엔 뼈가 약해져 골절이 생긴다. 젊은 사람에게 골절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 얘기가 다르다. 한번 골절이 되면 회복이 잘 안 돼 입원 생활을 길게 해야 하고, 어렵게 회복이 되더라도 반복적으로 골절이 생길 수 있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윤석 교수(대한골다공증학회 회장)는 "골다공증은 한번 걸리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평생 지속되는 문제"라며 "최대 골량을 형성하는 젊은 시기와 골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는 폐경기에 제대로 관리해야 노년기 골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폐경 후 10년 내 골량의 20% 잃어
골다공증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5배가 높다. 그 이유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안 되는 '폐경'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은 뼈의 생성과 소멸에 관여하는 세포들의 균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해 이 균형이 깨지면서 뼈가 없어지는 만큼 뼈를 만들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폐경 직후(50세 전후) 5년 간 매년 3%씩 뼈가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년이 지난 후에는 매년 1%씩 감소한다. 60세가 되면 전체 골량의 20%, 80세가 되면 전체 골량의 40%가 감소해 골절의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남자는 보통 50세 이후로 1%씩 소실된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는 "뼈가 소실된다고 당장 뼈가 부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폐경 초에 한 번쯤 골밀도 검사를 해서 자신의 뼈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X선 이용해 골밀도 측정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은 모두 증상이 없다. 이유미 교수는 "20~30대 때보다 키가 4㎝ 이상 줄었다면 골다공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골다공증은 유전적인 요인도 60~70% 작용하므로 부모님이 꼬부랑 허리였거나 골다공증,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경험했다면 고위험군이므로 골밀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류마티스 질환이 있어서 장기간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억제제를 먹은 사람도 골 소실이 많아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 검사가 필요하다. 골다공증 검사는 X선을 이용해 골무기질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하며, 진단은 20~30대 건강한 사람의 평균 골밀도량과 비교해 표준편차가 얼마나 떨어졌는가를 보고 판단한다. 골밀도 검사는 3만~5만원 정도하며, 현재 여성은 66세에 국가에서 무료 검진을 해주고 있다. 폐경기에 골밀도 검사를 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검사비의 30~50%만 내면 된다. 이유미 교수는 "골밀도 검사 시 방사선 조사량은 흉부 X선보다 적어 신체적 부담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치료율 10%에 불과
골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해야 한다. 대한골다공증학회에 따르면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이 풍부한 음식(우유·멸치·말린 새우 등)을 챙겨 먹고, 칼슘 섭취가 불충분할 때는 칼슘제를 따로 보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폐경 전 여성과 50세 이전 남성은 하루 800~1000㎎, 폐경 후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은 1000~1200㎎을 보충해야 한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도 충분히 생성이 안되므로 하루 800IU이상 보충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과 나트륨은 몸속 칼슘이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게 하는 작용을 하므로 섭취를 줄여야 한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조골(造骨)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삼간다. 운동은 걷기·조깅 등 체중 부하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 정윤석 교수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하면서 식이요법·운동을 잘하면 골 소실을 거의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는 골다공증으로 인해 작은 외상에도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에 고려해본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대퇴 골절이 발생하면 1년 내 사망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위중하다. 정윤석 교수는 "병 인지율이 떨어져 골다공증 환자 치료율이 10%에 불과하고 치료를 해도 1년 내 치료 중단율이 70%나 된다"며 "자기 뼈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치료·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환자는 낙상 사고를 조심해야
골다공증 골절 원인 낙상, 집에서 많이 발생… 욕실에 고무판·손잡이 설치 필요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센터 김덕윤 교수는 "골다공증 환자는 10년 단위로 고관절·골반·손목골절 등이 일어날 확률이 2배씩 높아진다"며 "낙상은 골다공증 환자에게 골절이 생길 수 있는 주요 원인이므로 낙상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낙상, 집에서 가장 많이 발생
낙상은 밖에서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뎌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집에서 많이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12~2014년 65세 이상의 노인 사고 사례 1만2195건을 분석한 결과, 고령자가 가장 많이 다치는 곳은 가정(62.5%)으로 나타났다. 사고유형을 보면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다친 사고가 39.6%로 가장 많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중현 교수는 "집에는 낙상을 유발하는 요소가 많다"며 "집안에 있는 낙상 위험 요소를 제거하면 낙상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재활의학회는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0월 '낙상 방지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중 집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낙상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욕실=욕실 바닥에 미끄럽지 않은 고무판을 깐다. 욕조를 사용한다면 들어갔다 나올 때 넘어질 수 있으므로 세면대 옆이나 욕조 안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방=전구는 밝은 전구 하나만 쓴다. 여러 개를 쓰면 방 곳곳에 그늘이 져 시야 확보가 안 돼 넘어질 수 있다. 문턱이나 작은 계단은 없애고 평평하게 한다.
▷부엌=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낮은 선반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높은 곳에서 물건을 꺼내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식탁 의자는 등받이가 있는 것을 사용한다.
▷계단=계단의 양 끝에 전등을 달거나 계단을 내려가거나 올라갈 때 자동으로 켜지는 등을 설치한다. 계단의 손잡이는 양쪽으로 설치한다. 흔들린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어지럼증 유발 약물, 주의해야
항우울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경우 어지럼증을 유발해 낙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6개월 이상 장기간 먹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담을 통해 복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 노안이 있어 다초점렌즈(근거리용, 원거리용, 중간거리용 도수가 모두 들어 있는 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은 계단을 보행할 때 난간을 잡고 내려가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거리 파악이 잘 안 돼 넘어질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