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개선·미백 기능 성분 결합한 새로운 분자(分子) 창조

자연 추출물에서 피부에 좋은 성분을 찾는 방식은 다소 소모적인 귀납법이다. 즉, 인삼·녹차처럼 피부에 좋다고 알려진 각종 식물을 무작위로 선별해 성분을 추출해 임상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피부 탄력·보습 등의 기능이 있는지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하는 '트라이 앤드 에러(try and error)' 방식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화장품 성분을 만들어낼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지만 최근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꿈의 20대 피부로… 한발 더 다가가다]

[연륜의 상징, 주름살을 벗자 ]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개발한 기능성 크림(아이오페 수퍼바이탈 크림)에 분자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창조해낸 기능성 분자(分子)를 넣었다. '바이오 셀레티노이드'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분자는 2002년부터 연구가 시작돼 13년 만인 올해 처음 상품화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무작위로 자연 추출물을 실험하는 비과학적 방식에서 벗어나, 의약품처럼 화장품도 기능을 갖춘 분자를 아예 처음부터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연구를 시작했다. 기존에 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된 '레티노이드' 성분과 미백 기능이 있다고 검증된 '코직에시드' 성분의 일부를 합성해 하나의 분자로 만든 것이다.

13년이나 걸린 이유는 이 합성 분자의 구조를 피부에 잘 스며들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구조의 합성 분자로 임상실험을 진행하면서, 마치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처럼 피부 세포에 들어맞게 퍼즐을 맞춘 것이다. 김현정 아모레퍼시픽 책임연구원은 "바이오 셀레티노이드는 피부 탄력에 중요한 콜라겐을 통제하는 성분과 피부색과 관련된 멜라닌을 통제하는 성분이 결합돼 피부 탄력과 색깔을 동시에 개선시킨다"고 말했다.

◇피부 침투를 돕는 물질 창조해 줄기세포와 결합

LG생활건강은 차바이오텍과 손잡고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피부 재생·보습 기능이 있는 줄기세포 성장인자를 피부에 흡수시키는 화장품(오휘 더 퍼스트)을 개발했다. 5년간 연구해 2013년 처음 상품화했다. 사람 몸에서 나오는 줄기세포 성장인자는 노화 방지에 큰 효과가 있지만, 입자 크기가 커 피부에 침투시키려면 주사기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에이즈 등 많은 바이러스들이 입자가 큰 데도 인간 몸 속에 깊숙이 침투한다는 데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바이러스 단백질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몸 속 침투를 도와주는 12개의 아미노산이 단백질 앞에 붙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아미노산들의 결합체(펩타이드)가 마치 말이 마차를 끌고 가듯 단백질을 끌고 유기체 속으로 들어가는 '안내자' 역할을 한 것이다. 연구진은 아미노산의 순서와 구조를 바꿔가면서 침투력이 좋은 물질을 개발해 '트랜스킨(transk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트랜스킨에 피부에 탄력을 주는 콜라겐을 많이 만들어내는 성장인자(HGH)나 보습 효과를 내는 히알루론산을 만들어내는 성장인자(EGF)를 붙이면, 이 성장인자들이 피부 깊숙이 침투해 피부가 탄력 있고 촉촉해지게 하는 것이다. 강내규 LG생활건강 연구위원은 "트랜스킨을 활용한 화장품을 임상실험한 결과 4주 후 진피(속 피부)의 치밀도가 15% 증가해 피부 탄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물·기름 섞는 기술도 진화… 고체형 파운데이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도

유화제를 만드는 기술이 진화하면서, 피부 탄력이나 보습을 돕는 액체가 고체형 분(파운데이션)에 결합돼 있는 화장품도 등장했다. 이 화장품을 긁어내면 물방울 형태로 액체가 고이면서 흘러 '워터 드롭(water drop) 팩트'로도 불린다. 이는 유화제 기술의 발달로 기름이 큰 물방울을 품을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유화제는 친수(親水) 기질과 친유(親油) 기질이 결합돼있는 성분으로, 물방울을 기름이 감싸도록 돕는다. 김성용 코스맥스 파트장은 "기능성 고농축 액체가 큰 입자 형태로 보존되면서 피부에 더 잘 스며들 뿐 아니라, 눈에도 잘 보여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