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쪽 빠진 아이템은 매력 없다. 좋은 말도 한두 번이랬는데 너무 자주 나온다. 지겨울 때도 됐다. 배우라서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것도, 가수라서 신곡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사람들은 또 그런다. "이번엔 강용석이 뭘 했다고?"
아마도 수(手)를 읽을 수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본인 말마따나 남들 한 번 돌 때 세 번, 네 번 돌기 때문에. 재밌는 건 가끔은 뻔한 행동도 한다는 거다. 뻔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차에. 결국 안 뻔한 거다.
가끔 뻔하다면, 뻔뻔하기도 하다. 무슨 일 있었느냐는 듯이 또 나오잖나. 이번 인터뷰는 좀 길었다. 3차까지 갔다. 1차는 변호사사무실, 2차는 커피숍, 3차는 갈빗집.
갈빗집에선 반주도 곁들였다. 문장 중에 '술 냄새 좀 난다' 싶은 건 3차에서 나눈 대화라 보면 된다. 긴 시간만큼 내용도 많다. 인터뷰 기사에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이 다 있는 건 또 처음이다. 바쁜 사람은 '중제'만 보면 된다. 인간미 넘치는 키워드만 뽑았다.
# 내 기사 뜸하면 섭섭하다
우울해할까 봐 걱정 많이 했는데, 얼굴 좋아 보이네요?
저는 우울을 몰라요, 조증이 약간 있나 봐.
저 같았으면 '멘붕'이 와서 탈진했을 텐데.
전 전혀요.
온갖 일이 다 있었잖아요. 그 풍파를 어떻게 다 이겨…(낼 수 있었나요).
그걸 어려움이라고 생각 안 해요. 어려운 거였으면, 어렵게 해결하려고 했겠죠. 그저 당연한 과정이라고 보면 되는 거예요. 그냥 흘러가는 과정인 거죠. 그렇게 따지면 학교 다니는 거 얼마나 어려워요, 매일 일찍 일어나서 등교해야 하는데. 시험 보는 건 또 얼마나 어려워요. 그냥 내가 할 일이잖아요. 사람들은 다 그런 단계를 거쳐요. 그래야 사람이 되는 거고요.
여기서 '사람'이라면 정치인을 말합니까?
정치인이고 뭐고, 사람이 되려면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거예요. 이런 거죠. 대중의 눈으로 보기엔 어려워 보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전체수석을 한 사람에게 "얼마나 어렵고 힘드셨어요. 하루에 4시간밖에 안 자고"라고 한단 말예요. 근데 본인은 그게 어렵다고 생각했을까요? 재밌게 여겼을 수도 있고, 그저 당연하게 여겼을 수도 있고, 체질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래요. 문제가 되고, 씹히고, 하차하고 그러면 어려울 것 같잖아요? 아니에요. 일 터지고 나서 블로그에도 쓴 말인데, 돈 없는 게 제일 어려워요. 돈 문제만 무난하다면, 버티면 또 기회가 와요. 지금은 변호사 일에 집중하고 있잖아요. 옛날보다 돈도 훨씬 잘 벌리더라고요. 지금은 상담예약이 줄줄이…. 사건이 엄청 많아가지고….
일반인 의뢰도 많이 옵니까?
엄청 많이 온다니까요. 제가 방송할 때 얼마쯤 벌었는지 아시잖아요. 그 두 배쯤 들어와요, 지금.
일반 의뢰인까지 포함하면 몇 건 정도 들어와요? 몇백 개? 몇천 개?
건수로 얘기하기가 좀 그래요, 너무 많아서. 다른 변호사들의 공분을 살 수가 있기 때문에…. 어디는 한 달에 한 건도 하기 힘든데.
검사, 판사들 반응이 어때요? 재판장 가면.
신기해해요. 나 오늘 재판장에서 강용석 봤다, 그래요.
보면, 대소사가 많아 항상.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살아요?
접시돌리기에 비유할 수 있는데요, 터번 쓴 아저씨가 접시 돌리는 거 본 적 있죠? 하나씩 열심히 돌려놓으면, 나중엔 10개가 동시에 다 잘 돌아가잖아요. 그땐 떨어지지 않게 살짝씩만 건드려주면 돼요. 핵심은 한 번에 하나씩 최선을 다해 돌리는 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수많은 접시가 돌고 있어요.
요즘은 무슨 접시 돌리고 있어요?
요즘은… 수익과 관련된 것들이죠. 변호사 일. 출마도 하려 하고요.
어느 지역으로 갈 겁니까? 마포?
지역은 아직 공개하면 안 되고요. 출마를 할 건데, 돌이켜 보면 이게 다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그런… 운명적인 길을 걷고 있구나. 출마하려면 어차피 방송 그만둬야 하잖아요. 그런데 방송국 측에 충격을 주면 안 되니까, 요렇게 페이드아웃을 한 거죠. 연예인에서 정치인으로 돌아올 때가 됐던 거죠.
하하하하하. 연구 대상이라니까.
지난 3개월 동안 온갖 일들이 있었잖아요. 지금도 박원순 시장, 다음, 네이버 대표이사 뭐 여러 건 걸려 있는데. 이런 걸 통해서 뭐랄까, 사회적인 어떤 걸 환기시킨달까…. 소크라테스가 그랬잖아요. '아테네의 등에가 되리라.'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대단한 멘탈이고, 배울 점도 있고.
하하하하하. 이 정도 멘탈이 있어야 정치하는 겁니다.
지역구 확정은 안 됐지만, 소속은 새누리당?
그래야죠, 물론.
만약 당에서 공천 안 주면 무소속 출마도 감행할 겁니까?
안 주면 안 해요, 안 주면 안 해.
주면 한다?
주면 한다. 아, 근데 주는 게 어딨어요. 오픈프라이머리 한다면서요. '당에서 공천을 주면, 한다'는 얘기는 좀 추잡스러운 것 같고 '시대가 부르면'이라고 해두죠. 시대가 부르면, 응답할 것. 이렇게 소제목으로라도 써주세요. 큰 제목으로는 안 써줄 것 같고. 정치인은 알거든요. 보통 사람은 '이거 미친놈 아냐?' 이러는데, 정치인들은 알아요. 무슨 의미인지.
염두에 둔 지역구는 있고요?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한 건 어디를 가도 누구랑 붙어도, 된다(는 것).
이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자신감이 아니라 수치로 다 나온 거예요. 수치를 깔 수는 없지만.
인지도 측면에서는 뭐, 대한민국 1%가 맞긴 하죠.
아직도 정치판을 그렇게 몰라요? 정치는 인지도예요. 19대엔 없지만, 20대에서 보고 싶은 사람으로 여론조사를 했어요. 여권에서 1등은 오세훈이고 2등이 강용석이에요. 호감도는 의미가 없어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김무성 이분들 호감도, 비호감도 조사해보세요.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훨씬 높아요. 왜 호감도에 의미가 없느냐면, 어디든지 한쪽 당으로 나간다고 하면 50%가 딱 날아가요. 무조건 싫어해. 저도 2004년에 깜짝 놀랐어요. 유명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36살짜리 변호사였는데, 출마한다고 하는 순간 사람들이 막 욕을 하더라고요. 지하철역에서 인사하는데 멱살 잡는 사람도 있었어요. 정치인은 50%한테는 무조건 욕먹는다고 보면 돼요. 내가 왜 안티가 많았느냐? 원래 정치인이라 그래요.
항상 화제를 몰기도 하고요. 매일 자기 기사 나가다가 며칠 안 나가면 기분이 어때요?
섭섭하죠. 또 뭔가 나올 때가 됐구나, 뭔가 내야겠다 싶어요. 그래서 오늘(11월 13일) 아침에도 뭘 냈어요. 직접 보도자료(다음, 네이버 대표이사 고소 관련)를 써서 냈어요. 인터뷰에 좀 늦은 이유가, 보도자료 쓰느라 그랬어요. 이거 남 시키느니 직접 하는 게 나아요. 기자들 보도자료 그대로 쓰잖아요. 그니까 내가 쓰는 게 나아.
# 방송 출연에 집착했다
드디어 나왔다, 이 주제. ‘지 알고 내 아는’ 그 얘길 또 꺼내기가 좀 민망했던 건 사실이다. 강용석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선 다소(혹은 많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터뷰의 위기였다. 그래도 끝까지 물었다. 하마터면 싸울 뻔했다.
요즘에 그… 김미나 씨 TV에 나오고 그런 거 보면 어때요?
그것 좀 묻지 마세요. 그 얘기 할 거면 인터뷰 안 했어요. 그 인터뷰는 이제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래도 질문을 하면 답은 하셔야죠?
묻지 마시라. 이게 제 답이에요. 궁금한 거 있으면 거기(김미나) 가서 물어보세요.
서로 (방송 출연 및 인터뷰에 대해) 의논하고 그런 거 없었어요?
무슨 의논을 해요. 가서 물어봐요, 가서. 전화번호 알면 직접 전화해서 인터뷰하자고 해요.
김미나 씨가 자기 스타일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니니까 아니라고 했겠지.
최근 보도에 대한 입장은요? 얼굴이 딱 찍혔던데.
요? 고소할 거예요. 자기네들도 처벌 받을 거 알면서 또 그러데. 자기들도 알아요, 기소될 수밖에 없다는 거. 기소를 각오하고 그렇게 하는데, 고소해줘야죠 또.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밥 먹었다니까요? 밥 같이 먹었어요. 근데 저녁이 아니라 점심을 먹었다고요.
얼굴 비친 게 점심때란 말입니까?
당연하죠, 점심이에요. 점심. 저녁은 같이 안 먹었어요.
근데 그 식당이 카드대여가 안 된다면서요.
세상천지에… 그런 데가 어딨어요. 대한민국 어느 식당 가서 한번 물어보세요. 남의 카드로 밥 먹을 수 있습니까, 하고. 다 안 된다고 할걸요. 그냥 결제하는 거 아닙니까. 매번 본인 확인을 어떻게 할 건데요. 아니, 그리고 일본 사람이면 이름 보고 알겠지만 한국 사람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말도 안 되는 거죠. 난 그 기사에서 제일 황당했던 게, 1년 6개월 전에 갔던 식당에 가서 내 사진을 보여주니까 '아, 이분 기억납니다'라고 한 거. 말이 됩니까?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쓰냐….
아내분은요?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좀 서운해한다거나….
저희 집사람은 진실을 알기 때문에 서운해한다거나, 뭐 그럴 일 없어요. 그런 거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에요. 전혀 흔들릴 사람이 아니에요.
집에서 쫓겨나서 호텔에서 숙식한다는 소문도 있던데….
네?? 푸하하하하하하. 무슨 말도 안 되는…. 호텔 이름이 뭐래요? 우리 동네에 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와, 진짜 웃기다 이건. 하하하. 와, 이건 진짜….
애들은 어때요? 사실 사람들이 그걸 많이 걱정하더라고요.
왜 남의 집 애 걱정을 해요? 그렇지 않아요? 왜 남의 집 자식 걱정을 해. 아니, 딸도 아니고 다 아들들이고. 다 컸고. 하나는 아예 동서남북을 모르는 애고.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에 (저희) 집 걱정을 한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지난 5년간 수도 없이 오르내렸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실검에 오르내렸고. 별의별 일 다 겪었습니다.
어쨌든 (김미나 씨와) 이성 친구잖아요. 부부가 서로 이성 친구를 인정하나 봐요?
아휴, 왜 그러세요. 사회생활 하면서 아는 남자, 아는 여자가 한둘이에요? 그런 정도로 가끔 술 먹고 지내는 사람 대여섯 명 돼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에요. 무슨 깊은 관계? 그런 거 전혀 아니에요.
깊은 관계 아니라는 건 너무나 많이 말씀하셨는데 제 질문은….
아니, 그만해요. 자꾸 그렇게 물어보니까 집사람이 짜증을 내지. 안 물어보면 괜찮아요. 묻지 마세요. 왜, 왜요? 우리 집이 어때서? 우리 와이프가 뭐 집에 문제 있다고 인터뷰를 한 적 있어요? 왜 자꾸 와이프를 들먹여요? 그만 좀 들먹이세요.
그러니까, 집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무런 문제 없어요. 올해 (결혼) 23년이에요. 애 셋 낳고, 선거 세 번 나가는 동안 온갖 일이 다 있었어요.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에요.
근데 왜 럭셔리 블로거들은 둘의 사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을까요?
남들은 무슨 얘긴들 못 하겠어요. 뭘 안다고 기정사실화한다는 건지, 참.
둘의 사적인 시간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는 주장도 있어요.
사적인 시간이란 게 어떤 거죠?
뭐, 어젯밤에 만났는데 어쩌고….
만났는데 어쩌고 뭐요? 만.났.다.니.까.요. 그래서, 밤에 만나서 뭐, 같이 잤대요?
그 말이 있을 수도 있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누굴 바보로 알아요? 아니, 나는 그 여자들 사이에서의 추측, 오해…(에 질려버렸어요)
그 여자분이 김미나 씨를 정말 싫어하나 봐요?
굉장히 싫어하죠. 럭셔리 블로거들 사이가 정말 치열해요. 삼사십 대 여자들인데, 자기들끼리 그런 게 엄청 심해. 거기서 어떻게 한 방에 보내느냐? 불륜으로 몰아가는 거. 그게 한 방에 보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이렇게 정리를 합시다.
김미나 씨가 그럼에도 최근에 블로그를 재개….
아니, 자꾸 이 얘기 하지 맙시다. 이렇게 하면 가처분입니다. 저한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요. 스캔들 루머가 어떻게 비롯됐고, 누가 퍼뜨렸고, 그 과정 제가 다 알아요. 그 여자들 말 퍼뜨리고 다니는 것 보면 가관이라니까요. 결론은 지금 저한테는 하나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 이 얘길 왜 하기 싫어하는 줄 아세요? 제 입으로 다시 이 얘길 꺼내면 그 여자들 띄워주는 것밖에 안 되거든요?! 그러면 또 그 여자들이 같은 얘기 또 하고 또 할 거고, 그러면 그 여자들 싸움에 또 제가 끌려 들어갈 거고 골치 아파질 거 뻔하니까 여기서 그만하고요, 네?
여자들 싸움에 휘말리면 안 된다는 거… 십분 공감이 가긴 해요.
원래 수사자들은 싸우면 안 죽여요. 그냥 쫓아내지. 근데 암사자들끼리 싸우면 꼭 목을 물어서 죽이거나, 반은 죽인단 말예요.
루머 퍼뜨린 여성분 강변을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근데 자길 안 만나주니까 질투 나서….
제 지인 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원래 그 여자가 김미나 씨를 소개해준 거거든요. 그 여자를 제가 먼저 알긴 했죠.
인기 많네요. 비결이?
(손으로 돈 모양 만듦) 이거 말고는 뭐라고 해? 인물이라고 해요? 웃기잖아. 내가 젊기를 해, 뭐가 있어.
스캔들을 처음에 부인하다가, 부분 인정하면서 거짓말 논란이 있었잖아요. 왜 그랬어요?
방송하고 있을 때였잖아요. 인정하면 가는 건데(하차해야 되는데), 인정을 못 한 거죠. 그냥 지금같이 변호사 하고 있을 때였으면 그런 일이 터지지도 않았겠지만, 그냥 쿨하게(만났다는 것을) 인정하죠.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잖아요. 근데 그땐 방송을 하고 있으니까 인정하면 그만둬야 되는 거예요. 안 그만두려고 버틴 거죠. 방송 그만두고 나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잖아요. 고소할 거 싹 다 했고.
# 궁지에 몰린 적도, 열등감도 있다
그는 누차 “이번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태산을 넘고 협곡을 배회해본 자’만이 뱉을 수 있는 말 아닌가. 강용석의 태산과 협곡을 ‘아주 살짝’ 들춰봤다.
방송할 때와 일할 때 힘든 건 어느 쪽입니까?
일이야 지금이 힘들죠. 방송이야 한번 털고 나면 끝인데, 이거는. 풀타임 잡이잖아요.
술은 언제 더 많이 마셨어요?
방송할 때 더 많이 마셨죠.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 일을 해야 하니까. 또 자리 잡히면 많이 마실 거예요. 그동안은 사람들이 내가 꿀꿀한 줄 알고 연락을 잘 안 하니까. 요새 또다시 기자들이 밥 먹자고 연락이 오는 거 보면 아, 철이 됐구나 싶죠.
강용석이 궁지에 몰릴 때는 언제예요, 그러면? 몰린 적이 있긴 합니까?
그럼요. 2010년 아나운서 발언 때. 그땐 제가 확실히 궁지에 몰렸었죠. 뭘 몰라서. 한 달 동안 집에서 안 나가고, 기자들 찾아오고 그랬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잘못한 결정이었어요. 은둔하면 안 됐었어요.
집에서 왜 안 나왔어요?
그래야 된다고 하니까. 자숙하라 그러고, 조용히 있으면 해결된다 그랬으니까. 웬걸. 하나도 해결 안 되더라고요. 일이 더 커지기만 하고. 그때가 내 인생의 궁지였어요. 전 예를 들어 '예전에 그랬으니까, 지금은 이래야지' 하는 게 없거든요. 근데 이번엔 그때를 떠올리고, 그러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위기나 어려움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져요. 이번에 사람들은 아마 '와, 쟤 위기다'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게 전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그저 약간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했을 뿐이죠. 마침 방송 그만둘 때도 됐고, 언제 그만둘까 하다가 차라리 이때 그만두자 이런 거고.
아나운서 발언 때 악플도 엄청나게 달렸지, 기억나요.
사람들한테 욕먹는 거 두렵지 않아요, 저는. 모르는 사람이 절 욕하는 게 뭐가 무서워요. 당시 이틀 만에 제 기사만 6천5백 개가 떴더라고요. 그걸 홍보비로 따지면 1백억, 2백억은 될 거예요. 그전에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기사 하나 안 나왔단 말예요.
그 말은 노이즈마케팅을 노릴 수도 있다?
노이즈 마케팅? 전 심지어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생각도 안 해. 그냥 마케팅이에요.
고소를 자주 하는 것도 그런 의미로 볼 수 있을까요? 최대한 송사에 휘말리지 않고, 상호 합의하는 게 좋다고 보는 제 입장에선 고소를 좀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저 생각보다 고소 많이 안 해요.
아니, '고소왕' 아니십니까?
그건 일부러 그런 거죠. 그러니까 지금 사람들이 '기왕 고소할 거면 강용석한테 맡기자'라고 생각하게 된 거잖아요. 실제로 '강용석이 맡은 사건'이라고 하면 상대방에게 여파가 더 크기도 하고요.
국회의원 그만둘 땐 위기가 아니었나요?
그때도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전혀. 아, 이 얘기 꼭 실어주세요. 지금 다시 배지 달면 박원순 시장 6개월 안에 무너지게 할 수 있어요.
그 멘탈의 기저에는 어쩌면 '열등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열등감이든 뭐든, 그걸 떠나서 이렇게 보시면 돼요. 뻔한 상황에 뻔하지 않게 대응한다, 뻔하지 않게 극복한다. 예를 들어서 이번 건에 대해서 사람들은 생각했겠죠. 한 6개월간 묻혀 있다가, 짜잔! 하고 나올 거라고.
네, 그러니까 열등감이 없느냐고요.
열등감…. (한 1분간 정적) 뭐 하나 생각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다 있지 않나요? 전 서울대 못 간 열등감이 있어요.
음…. 개천에서도 용 난다는 얘기 있잖습니까.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저희 아들들이에요. 하버드 나온 아버지에, 사법고시 수석 합격한 할아버지, 집엔 항상 도우미가 있고 용돈은 항상 5만원짜리로 받아요. 크고 좋은 집에 살고…. 학교 다닐 때 우리 아들 같은 친구를 정말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전 그렇지 않았거든요. 제 인생이 바뀐 게 대학교 3학년 5월에 와이프 만나면서부터예요. 만난 지 두 달 만에 장모님을 뵀는데, 보자마자 저를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일사천리로 (결혼이) 진행된 거예요.
# 블로그 글에 일부러 점 찍는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강용석은 블로그를 열심히 한다. 몰랐다면 나중에 한 번 가봐라.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 직접 포스팅을 하는데, 관전 포인트는 ‘문체’다.
블로그 정말 열심히 하던데요?
국회의원 하려면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지금 보니까, 기사도 기사지만 블로그가 낫더라고요. 하루에 6천 명, 7천 명씩 들어와요. 정치인, 연예인 통틀어서 저보다 방문자 수 많은 사람은 없을걸요. 아이돌 빼고.
블로거들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이 사람이 솔직하다, 내숭 떨지 않는다, 뻥치지 않는다, 그리고 제 입으로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어마어마어마하게 지적이다. 그래서 그런 거죠. 제 블로그에 한번 와보세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얘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에 하버드 로스쿨 기부금 입학에 대해 올린 글이 반응이 좋았죠. 그런 글은 제 블로그 아니면 못 봐요. 글 쓸 때도 나름 요령이 있어요. 끝에 점 두 개를 찍어야 돼. 말줄임표. 그리고 행갈이를 해야 되고, 중간 정렬을 해야 돼요. 파워블로거들만의 문체가 있더라고요. 그 문체를 도도맘이 만들었더라고요. (도도맘) 블로그 다시 시작한 거 보셨어요? 한번 보세요. 그 독특한 문체가 있는데, 되게 유치해요. 근데 그게 먹혀. 아주 골 때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진짜 재밌네.
블로거들이 되게 민감해요. 블로거가 아니라 네티즌이 민감한 거고, 네티즌이 아니라 유권자가 민감한 거고, 곧 대중들이 민감한 거예요. 변호사 일 다시 하면서 어떻게 홍보를 할까, 고심하다가 지하철 '너고소' 광고도 했지만 이건 그냥 재미 삼은 거고, 실제로는 블로그가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최근 부동산 특강도 블로그 통해서 모은 거잖아요. 블로그에 '특강합니다' 하고 계좌번호 올렸는데 계좌에 돈이 쫙 꽂히는데…. 와 이거다, 이거야.
특강 지금 벌써 두 번짼가요? 계속할 거예요?
계속할 건데, 스텝을 좀 줄이려고요. 너무 주기적으로 하고 너무 그러면 당연한 게 돼버리거든. 네티즌과도 밀당을 해야 해요. 하하.
머리가 참. 아이큐 얼마 나왔어요?
152. 고1 때.
물어봅시다. 왜 정치를 하려고 그래요? 피곤하잖아요? 변호사도 충분히 멋지고, 돈도 많이 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른 사람보다 내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한민국에서. 어차피 정치는 차선을 택하는 작업 아녜요? 제가 최선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차선으로선 저 외엔 없다고 생각할 때가 올 거예요. 대한민국이 쭉 순항한다는 보장이 있으면 반기문 같은 사람이 좋겠죠. 근데 안 그렇거든요. 위기가 닥치고 어렵고 힘들 때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 게 좋겠느냐, 이런 생각을 해야 할 거 아녜요. 그럴 때 재벌 아들을 택하겠어요, 순탄하게 정치만 해온 사람을 선택하겠어요, 아니면 나처럼 바닥부터 빡빡 기면서 국민들과 별의별 고통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그런 사람을 택하겠어요? 얼마나 재밌어요, 그리고 얼마나 인간적이야…. 온 국민을 한 1년 동안 들썩들썩하게 했잖아.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볼 땐 뻔한데, 또 아니라고 그러네? 얼마나 재밌어.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게 더 재밌지. 뻔한데 아니라고 해. 그니까 재밌지.
그런데 보통 그런 건 여자 쪽에서 터뜨리는데, 여자가 더 아니라고 해. 하하하하.
누군가는 기라고 해야 하는데 둘 다 아니라고 해.
둘 다 아니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어지는 거지. 하하하.
둘 다 아니라고 하면 뉴스가 안 돼야 하는데 왜 자꾸 뉴스가 되는 거죠?
이것 같아요. 47살이야. 남자로서 이제 갈 때가 됐어요. 근데 묘하게도, 너무 젊고 예쁜 여자랑 바람을 피웠대. 이게 신기했던 거예요, 대중들은. 모 프로그램 작가한테 물어봤어요. "사람들이 왜 47살 남자 일에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라고요. 한마디로 정리하더라고요. "상대 여자가 너무 예뻐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