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중도우파 야당연합인 민주통일라운드테이블(MUD)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을 제치고 승리했다. PSUV가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PSUV가 집권당이 된 지 16년 만이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투표를 개표한 결과 MUD가 전체 의석의 67%에 해당하는 113석, PSUV는 54석을 차지했다고 7일 밝혔다. MUD가 의석의 ⅔ 이상을 차지하게 된 데 따라 2018년까지 임기인 마두로 대통령의 조기 탄핵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엔리케 카프릴리스 MUD 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희망했던 대로 결과가 나왔다. 베네수엘라가 승리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투표 마감 시간인 6일 오후 6시(현지 시간) 직전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로 투표 시간을 오후 7시로 한 시간 연장했다.
PSUV는 1998년 12월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줄곧 베네수엘라를 집권해온 여당이다. 차베스 정부는 석유 자본을 쥔 특권층 축출과 함께 정치·경제 개혁 등을 내세웠다. 고유가 덕에 재정 수입이 두둑했던 차베스 정부가 주도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정책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2013년 차베스가 암으로 사망한 후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뒤를 이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 전 대통령과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국제 원유 가격이 폭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재정 파산 상태로 내몰렸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는 폭등했다.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약 95%를 원유에 의지한다.
베네수엘라의 3개 대학 공동 조사에 따르면 빈곤층 비율은 75%로 2년 전 27%에 비해 50% 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마이너스 10%를 기록할 전망이다. IMF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 연합은 여당의 무능함을 강조했고, 집권당과 정부는 야당 연합이 승리하면 각종 사회 복지가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 시켰다. 유권자들은 야당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현 정부의 무능함을 심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국회가 들어서기 전 PSUV가 대통령 권한 강화를 위해 법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PSUV는 의석의 과반인 99석을 점유하고 있다. 이 경우 ‘차비스트’(차베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야권 세력의 정면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투표 직후 “통합 사회주의당이 모든 선거에서 항상 승리할 수는 없다”며 선거 패배를 시인했다.
베네수엘라 집권당의 패배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 위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탄핵 위기에 몰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12년 만에 중도 우파가 승리하는 등 ‘좌파 정권 일색’이던 남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타임스는 "유가 급락으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붕괴되고 있다"며 "비슷한 경로로 남미를 10년 이상 지배해 왔던 좌파 블록이 영향력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