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2만개 식당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외식업중앙회가 '노쇼(No-show·예약 부도)는 노!' 캠페인에 나선 것은 예약 부도로 인한 피해가 식당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 노쇼 고객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업종은 식당이다. 본지가 지난 10월 전국의 식당, 미용실, 병원, 고속버스, 소규모 공연장 등 5개 서비스 부문 1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평균 예약부도율은 15%였다. 이 중 식당의 예약부도율은 20%로 평균보다 5%포인트 높았다. 이는 2001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때(11.2%)보다 배 늘어난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제갈창균(66) 회장은 "노쇼 손님은 식당 업주들에게 왕이 아니라 폭군"이라며 "이번 기회에 노쇼 문제와 정면으로 붙어보자는 회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고 했다.

식당 업주들 "노쇼는 생존 위협"

식당 업주들은 그동안 노쇼 고객들 때문에 영업 손실을 보면서도 속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식당은 항공사나 대형 병원 등과 달리 규모가 영세한 데다, 싫은 소리를 하거나 예약·위약금을 받으면 손님들이 다른 업소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성수기 때에는 예약 장부가 꽉 차지만 정작 절반 이상의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안 나타난다고 전화하면 '왜 손님에게 따지느냐. 다시는 안 가겠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라고 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식당 업주 이용금씨는 "노쇼만 안 한다면 예약 손님들에겐 고기 1인분이라도 서비스로 내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에 160석 규모의 한우 전문점을 연 이씨는 "1년간 예약부도율은 약 10% 정도"라면서 "예약을 받으면 샐러드나 나물 무침을 만들어 놓는 것은 물론 고기까지 손님 수에 맞춰 미리 썰어놓는데 단체 손님 한 팀이 예약을 부도내면 한 번에 200만~300만원이 날아간다"고 말했다.

노쇼 근절하면 업주·고객 윈윈

[공정위, '노쇼(No-show)' 근절 위한 올바른 소비자 행태 교육 추가]

이렇다 보니 식당·병원·미용실 업주 중에는 '꼼수'를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정원을 초과해서 예약을 받는 오버 부킹(overbooking)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40석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42)씨는 "크리스마스나 추석 다음 날 같은 '대목'에는 예약부도율이 50% 가까이 치솟는데 10~20% 정원을 초과해서 예약받는 건 필수"라며 "당장 망할 지경인데 '밑지고 장사'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노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려다 보면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은 "손님 한 명을 받더라도 업소에서 준비해야 하는 반찬은 수십 가지"라며 "결국 손해를 안 보려면 노쇼 고객에게 나갈 반찬을 다음 예약 손님에게 내놓기도 한다"고 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은 손님과 업소가 약속을 지켜 윈윈(win win)하자는 것"이라며 "예약을 지키는 손님들에게는 좋은 좌석을 우선 제공하거나 디저트 같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업소도 있다"고 했다.

공정위 "소비자 권리 못지않게 의무도 지켜야"

공정위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4억~6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시민 2만여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교육을 하고 있다. 매년 초 조달청을 통해 선정된 소비자 단체들이 전국 사회교육원, 복지관 등 500여곳에서 소비자 교육을 한다.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범죄 대처법, 소비자 환불 규정 등 주로 소비자의 권익을 지키는 데 필요한 상식을 가르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춰왔다.

그랬던 공정위가 4억4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내년 소비자 교육 과정에 '노쇼'의 문제점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올바른 소비자 행태 등을 가르치는 과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약을 잘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면 업주들의 손해도 줄고 손님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도 올라갈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소비자 권리는 물론 한국의 예약 부도 실태, 외국인이 본 한국의 예약 문화, 예약 부도로 인해 손님에게 돌아오는 불이익 등 소비자의 의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