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유산은 전통문화인 동시에 살아 있는 문화다.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 내에서 공유하는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며, 생활 속에서 주로 구전에 의해 전승돼왔다. 이번에 선정된 '제주 해녀' 외에 우리나라가 보유한 인류무형유산은 무엇이 있는지 등재년도 순으로 정리해봤다.

종묘제례·판소리·강릉단오제 (2001~2005년)

조선DB

지난 200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우리나라 첫 인류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다. 종묘제례(宗廟祭禮)란 조선 왕조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를 모신 종묘에서 행하는 제향 의식이다. 종묘제례악은 이러한 제향 의식이 거행되는 도안 연주되는 기악과 노래, 춤을 말한다.

2003년에는 '판소리'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과 한 명의 고수(북치는 사람)가 음악적 이야기를 엮어가며 연행하는 장르다. 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표현력이 풍부한 창(노래)과 일정한 양식을 가진 아니리(말), 풍부한 내용의 사설과 너름새(몸짓) 등으로 구연(口演)된다.

판소리에 이어 '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가 2005년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강릉단오제는 단옷날을 전후하여 펼쳐지는 강릉 지방의 향토 제례 의식이다. 4주 동안 계속되는 이 축제 때는 단오굿, 민요 오독떼기, 관노가면극, 시 낭송 및 다양한 민속놀이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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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남사당놀이·영산재·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처용무(2009년)

'강강술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풍작과 풍요를 기원하는 풍속의 하나로, 주로 음력 8월 한가위에 연행된다. 밝은 보름달이 뜬 밤에 수십 명의 마을 처녀들이 모여서 손을 맞잡아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돌며, 한 사람이 ‘강강술래’의 앞부분을 선창(先唱)하면 뒷소리를 하는 여러 사람이 이어받아 노래를 부른다. 이러한 놀이는 밤새도록 춤을 추며 계속되며 원무를 도는 도중에 민속놀이도 곁들인다.

'남사당놀이'는 말 그대로 '남자들로 구성된 유랑광대극'으로서 원래 유랑예인들이 널리 행하던 다방면의 한국 전통 민속공연이다. 공연은 날이 어두워지면 놀이판으로 잡은 넓은 마당에 횃불을 올리고 시작했다. 풍물, 버나(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 덧뵈기(탈놀음), 어름(줄타기), 덜미(꼭두각시놀음) 등을 공연했다. 지금은 전문 극단에 의해 그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한국 불교문화의 중심 요소인 '영산재(靈山齋)'는 부처가 인도의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영산재는 하늘과 땅의 영가(靈駕)와 모든 성인(聖人)을 맞아들이는 의식에서 시작하여 부처의 영적 세계의 사고 방식을 표현하는 봉송(奉送) 의례로 마무리된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바다의 평온과 풍작 및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음력 2월에 제주에서 시행하는 세시풍속이다. 제주시 건입동 칠머리당에서 열리는 이 굿은 제주도 전역에서 이루어지는 유사한 굿 가운데 대표적인 의식이다. 제주의 마을 무당들은 바람의 여신(영등 할망), 용왕, 산신 등에게 제사를 지낸다.

'처용무(處容舞)'는 궁중 무용의 하나로서 오늘날에는 무대에서 공연하지만, 본디 궁중 연례에서 악귀를 몰아내고 평온을 기원하거나 음력 섣달그믐날 악귀를 쫓는 의식인 나례에서 복을 구하며 춘 춤이었다. 동해 용왕의 아들로 사람 형상을 한 처용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 천연두를 옮기는 역신으로부터 인간 아내를 구해냈다는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한 처용무는 동서남북과 중앙 등의 오방을 상징하는 흰색·파란색·검은색·붉은색·노란색의 오색 의상을 입은 5명의 남자들이 추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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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대목장·매사냥(2010년)

'가곡(歌曲)'은 소규모 국악 관현 반주에 맞추어 남성과 여성들이 부르던 한국 전통 성악 장르다. 가곡은 시조 및 가사와 함께 정가(正歌)에 속한다. 예전에 가곡은 상류 계층이 즐기던 음악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성악곡이 됐다.

'대목장(大木匠)'은 한국의 전통 목조 건축, 특히 전통 목공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목수를 말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한옥에서부터 궁궐이나 사찰과 같은 기념비적 목조 건축물에 이르는 역사적 건축물의 유지보수와 복원, 재건축을 담당한다. 대목장은 건축물의 기획·설계·시공은 물론 수하 목수들에 대한 관리 감독까지 전체 공정을 책임지는 장인이다.

'매사냥'이란 매나 기타 맹금(猛禽)을 길들여서 야생 상태에 있는 사냥감을 잡도록 하는 전통 사냥이다. 매사냥꾼들은 비록 그 배경이 서로 다를지라도 매를 훈련하고 돌보는 방법, 사용하는 도구,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 등의 보편된 가치, 전통, 기술을 공유한다. 원래 매사냥은 식량을 얻는 한 가지 방편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동료애 및 공유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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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택견·한산(韓山) 모시 짜기 (2011년)

'줄타기'는 널리 알려진 놀음의 하나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단지 곡예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인 줄타기는 음악 반주에 맞추어 줄타기 곡예사와 바닥에 있는 어릿광대가 서로 재담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줄타기 곡예사는 간단한 동작으로 시작하여 점점 더 어려운 묘기를 부리는데 무려 40가지나 되는 줄타기 기술을 몇 시간 동안이나 공연한다.

'택견'은 유연하고 율동적인 춤과 같은 동작으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한국 전통 무술이다. 우아한 몸놀림의 노련한 택견 전수자는 직선적이고 뻣뻣하기보다는 부드럽고 곡선을 그리듯이 움직이지만, 엄청난 유연성과 힘을 보여줄 수 있다. 발동작이 손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지만, 택견은 모든 가능한 전투 방법을 이용하며 다양한 공격과 방어 기술을 강조하는 효과적인 무술이다.

한산모시는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 지역에서 만드는 모시로, 이 지역은 여름 평균 기온이 높으며 해풍으로 인해 습하고 토양이 비옥하여 다른 지역에 비해서 모시가 잘 자라서 품질이 우수하다. 이 때문에 한산모시는 모시의 대명사로 불린다. '한산(韓山) 모시 짜기'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이끄는 가내 작업인데 어머니가 딸 또는 며느리에게 기술과 경험을 전수한다. 또 모시 짜기의 전통은 마을의 정해진 장소에서 이웃과 함께 모여서 일함으로써 공동체를 결속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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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김장·농악 (2012~2014년)

아리랑은 한국의 서정민요로, 2012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아리랑은 역사적으로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일반 민중이 공동 노력으로 창조한 결과물이다. 단순한 노래로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라는 여음(餘音)과 지역에 따라 다른 내용으로 발전해온 두 줄의 가사로 구성되어 있다.

2013년에는 '김장'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김장은 한국 사람들이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것을 말한다. 김치는 한국 고유의 향신료와 해산물로 양념하여 발효한 한국적 방식의 채소 저장 식품을 일컫는데,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760년 이전에도 한국인의 식단에는 김치가 있었다고 한다. 김장은 한국인의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를 통합한 음식 문화로, 지역 생태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농악'은 공동체 의식과 농촌 사회의 여흥 활동에서 유래한 대중적인 공연 예술로 2014년에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농악은 타악기 합주와 함께 전통 관악기 연주, 행진, 춤, 연극, 기예 등이 함께 어우러진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 지역의 농악 공연자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마을신과 농사신을 위한 제사,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축원, 봄의 풍농 기원과 추수기의 풍년제, 마을 공동체가 추구하는 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 행사 등, 다양한 마을 행사에서 연행되며 각 지방의 고유한 음악과 춤을 연주하고 시연한다.
▶아리랑은 유례없는 세계의 문화유산

줄다리기 (2015년)

'줄다리기(Tugging rituals and games)'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벼농사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통 의식이자 놀이이다. 줄다리기의 명칭은 캄보디아에서는 ‘테안 프롯(Lbaeng Teanh Prot)’, 필리핀에서는 ‘푸눅(Punnuk)’, 한국에서는 ‘줄다리기’, 베트남에서는 ‘깨오꼬(Kéo co)’라고 부른다. 줄다리기는 여러 공동체가 풍작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연행하는 전통이다.

줄다리기는 사회적 결속과 연대를 도모하고 함께 즐기는 여흥이며, 새롭게 시작된 농경주기를 알리는 표식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줄다리기는 깊은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세부적인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개 줄다리기는 2개 팀으로 나누어 서로 마주보고 서서 양쪽 끝에서 줄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는 형식으로 행해진다. 줄다리기 놀이는 경쟁적인 놀이가 아니므로 이기고 지는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 연행한다. 때문에 이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구성원은 협력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줄다리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제주 해녀(2016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는 '물질'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잠수굿', 바다로 나가는 배 위에서 부르는 노동요인 '해녀노래' 등으로 구성된다.

무형유산위원회는 제주 해녀문화에 대해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준다"며 "안전과 풍어를 위한 의식,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잠수기술과 책임감, 공동 작업을 통해 거둔 이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활동 등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 해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확정

참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