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미인 엿보기
[한국 美人 변천사… 풍만(三國)→우아(고려)→요염(조선)]
조선시대 미인상은 화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에 잘 집약돼 있다. 눈·코·입이 작고, 전체적으로 다소곳한 분위기를 풍긴다. 세부적으로 보면 눈썹은 초승달, 코는 마늘쪽, 입술은 앵두 같고, 이마는 반듯하며 이마와 머리의 경계선은 각이 진형이다. 각진 모양을 만들기 위해 조선시대 여인들은 이마 양 끝에 황새의 똥을 탈모제로 바르고 명주실로 잔털을 뽑았다고 한다. 눈두덩을 넓게 보이게 하려고 눈썹 밑을 정돈하는 것은 기본이다. 몸매를 보면 허리는 길고 팔다리는 짧다.
한편 조선시대 공주의 얼굴을 추정해볼 수 있는 기록도 남아있다. 16~17세기 ‘어느 귀부인의 초상화(작자 미상)’에 따르면 조선시대 공주는 강인하고 능동적인 ‘여장부’ 풍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으로 공주의 얼굴은 넓적하고 정면상이 크고 중안(미간에서 코밑까지의 길이)이 길어 점잖고 지적인 인상을 준다. 자세히 살펴보면 피부가 희고, 눈이 가늘어 쌍꺼풀이 없으며, 코는 길지만 코끝이 뾰족하고 작은형이다. 이는 북방계적 특징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앵란부터 수지까지 ‘미인 60년史’
1957년 5월 서울 명동 시립극장에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전쟁 후 먹고 살기에 여념이 없던 국민이 미인이라는 볼거리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이후 각 가정에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 미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미인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당대 최고의 미인들을 꼽아 보고, 시대별로 선호하는 미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본다.
당시에는 '복스럽게 생겼다'는 말이 여성들에게 최고의 찬사였다. ‘달덩이처럼 뺨이 둥근 며느리가 집안을 평화롭게 만든다’는 말도 있었다. 따라서 새하얀 볼살이 붙은 O자형 얼굴형에 눈·코·입이 고르게 발달해 시원시원해 보이는 얼굴이 미인이었다. 엄앵란·김지미·윤정희·남정임·문희 등이 최고의 미인으로 꼽힌다.
동그란 얼굴형에 쌍커플이 진 큰 눈 등 1970년대 미인들도 이전 시대와 비슷한 이목구비를 가진 듯하지만, 하얀 피부만을 고집하지 않았고 코가 좀더 길어졌다.
이때는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장미희·정윤희·유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가진 정윤희와 콧소리로 오묘한 매력을 뽐낸 장미희,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이 쏙 들어간 유지인 등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남성들의 마음을 훔쳤다.
1980년대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단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선호했다. 당시 미인들은 이전 시대와 비교해 얼굴형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아래턱을 포함한 얼굴의 가로 폭이 전체적으로 좁아지면서 갸름해진 U자형 얼굴형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콧방울이 둥글면서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얼굴이 대중의 마음을 끌었다. '컴퓨터 미인' 황신혜를 필두로 날렵한 선을 가진 이미숙, 청순 미인의 계보를 이은 이응경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남녀평등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당찬 이미지를 미인으로 꼽기도 했는데, 채시라·하희라·김혜수 등이 이에 속한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도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미모뿐 아니라 키 170cm 안팎의 길쭉길쭉한 체형을 가진 오현경·고현정·김성령 등이 주목을 받았다.
[미스코리아 출신들이 뽑은 “한국 최고미인은 고현정"]
1990년대부터는 '서구형 얼굴'이 두드러졌다. 크고 쌍꺼풀이 진 눈과 곧고 높은 콧날에 갸름하고 조그마한 계란형 얼굴이 미인의 조건이 됐다. 그러면서 김희선·고소영과 같은 ‘고양이상’이 주목받았다. 특히 김희선의 인기가 돋보였다. TV 드라마가 오로지 김희선에 맞춰 제작되기도 했고, 후배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인기투표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서구형 얼굴과 별개로 심은하·이영애 또한 청순 미인으로 꼽혀 큰 사랑을 받았다.
한편 서양미인의 표준에 가까운 얼굴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부위별 성형수술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미스코리아로 가는 다섯 관문에 성형수술이 포함될 정도였다.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V라인 얼굴형' 또는 'S라인 체형'이 미인의 기준으로 꼽힌다. 세부적으로 보면, 요즘 미인들은 짧은 하관에 갸름하고 매끄러운 턱선과 볼록한 이마,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내려오는 반달형 눈매에 눈 밑 애교살이 도드라진다. 게다가 얼굴 크기가 현저히 작아져 눈·코·입은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짧은 옷에 대한 거부감이 줄면서 글래머 몸매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게 됐다.
이러한 경향은 미스코리아 심사 기준에서도 반영돼 김사랑이 2000년대 첫 미스코리아 진(眞)으로 선발됐다. 여기에다 고학력의 참가자가 늘어나 미국 하버드 대학 박사 출신 금나나, SBS 아나운서로 입사한 김주희, 서울대 국악과 출신 이하늬가 미스코리아 진을 거머쥐었다.
또한 성형수술 열풍이 불면서 자연스러운 얼굴을 더욱 선호하게 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연희·박신혜·수지·설현 등이 인기가 있다.
미인에게 찬사를 보내면서도 한쪽에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자 최근에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자’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예쁘다’는 표현보다 ‘매력적이다’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chosun.com 칼럼] 본전도 못 찾을 말 "미인이시네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역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해 추락했다. 한때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할 정도로 국민적인 행사였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오명을 늘 달고 있었고,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폐지를 촉구했다. 결국 2002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케이블TV에서 생중계를 맡게 됐고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