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은이(13·가명)는 화장실에서 몰래 주사를 놓는다. 2년째 당뇨를 앓고 있어서 하루에 4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시로 혈당 체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주사를 제때 맞지 않으면 저혈당이나 고혈당이 올 수 있다. 경은이는 친구들이 보는 교실 안에서 혈당 측정기를 꺼내고 주사를 놓기 부끄럽다. 학교 보건 교사는 의사 처방 없이 주사를 놓기 어렵다고 해 보건실에 가기도 쉽지 않다.
경은이 이야기가 특별한 건 아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소아 당뇨병 환자 중 30.3%가 화장실에서 몰래 인슐린을 투약한다. 당뇨를 앓는 어린이 3명 중 1명은 친구나 교사의 도움 없이 혼자 혈당 검사를 하고 화장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당뇨병은 성인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췌장에서 인슐린이 아예 나오지 않는 1형 당뇨병은 ‘소아 당뇨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당뇨를 앓는 어린이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소아 당뇨 환자는 하루에 최소 4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고 7번 이상 채혈해 혈당 검사를 해야 한다. 혈당이 낮아지면 갑자기 쓰러지고 합병증이 올 수 있어서 검사 시간, 인슐린 투약 시간을 잘 챙겨야 한다.
보건 교사가 소아 당뇨 환자를 돌보기도 어렵다. 보건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경우는 36.4%에 불과했다. 보건 교사가 인슐린 투약을 도울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선뜻 주사를 놔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슐린 주사가 다른 주사보다 쉽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인슐린 주사는 스스로 주사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일반인도 일정한 교육을 받으면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소속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교사가 소아 당뇨를 앓는 어린이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1일 대표 발의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소아 당뇨병을 앓는 영유아는 간호사가 배치된 어린이집을 우선 이용하고 ▲어린이집 교사가 부모의 동의를 받으면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했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보건 교사가 부모의 동의를 받으면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을 낸 양 의원은 “소아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혈당 체크와 인슐린 주사를 놓는 별도의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소아 당뇨 환자가 교사의 도움을 받아 혈당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