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스탠바이해주세요 곧 쇼 시작합니다”
무대에서 여유롭게 걷는 모델과 달리 무대 뒤 모습은 분주했다. 얇은 천으로 칸막이를 쳐놓은 곳에서 모델들은 서로 뒤엉켜 옷을 갈아입는가 하며, 디자이너들은 쇼 시작 10분 전에 부랴부랴 옷을 수선하는 등 다들 정신없이 움직였다. 준비를 다하고 쇼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모델들은 서로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장난치고 있었지만 스탠바이라는 말을 듣자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10일 서울 대치동 SETEC에서 대한민국패션대전이 열렸다. 대한민국패션대전은 지난 5월부터 6개월 간 진행된 것으로 차세대 디자이너를 선발해 육성하는 행사이다. 이 날은 참가자 총 515명 중 선발된 15명과 70여 명의 모델들이 본선무대를 선보였다.
쇼 시작 3시간 전 무대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무대연출 감독은 모델들의 동선을 체크하고 모델들이 동선을 잊어버릴까 신신당부하며 빠진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무대 뒤에선 쇼에서 선보일 의상 준비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바닥에 널브러져 옷을 수선하는 디자이너들과 미리 무대 의상을 입어보는 모델들로 가득했다. 모델들은 남녀할 거 없이 아무렇지 않게 속옷 차림을 보이는가 하며, 어떤 여자 모델은 속옷마저 벗고 옷을 입는 사람도 있었다. 김수미(21.모델) 씨는 “옷 갈아입을 때 옆 사람이 있든 말든 신경 안 쓴다. 그런 거 다 신경 쓰면 모델 일 못한다”며 “봄, 여름에는 옷맵시를 살리기 위해 티 팬티나 끈 없는 속옷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라고 했다. 남자 모델 같은 경우에는 바지 색깔에 맞게 속옷을 갈아입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편에선 10여 명의 메이크업과 헤어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맞는 화장과 머리를 모델들에게 해주고 있었다. 대체로 머리 스타일은 하나로 깔끔하게 묶거나 스프레이를 뿌려 고정하는 등 무난했지만 메이크업은 눈에 띌 정도로 특이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얼굴에 하얀 분을 칠하는가 하며 눈두덩이에 파란색 아이섀도우를 바르는 등 한눈에 봐도 튀는 메이크업이었다. 어떤 모델은 흰 천을 뒤집어 쓰고 그 위에 눈,코,입을 그려 메이크업 받는 사람도 있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진혜성 씨는 “미용실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머리와 화장을 3~5분 내에 끝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무대 뒤에서 시간에 쫓기듯 다니다 보니 모델들이 겪는 황당한 일도 있다. 신발 끈을 묶지 않고 무대로 나가 넘어질 뻔한 경험은 대부분 한번쯤 있다고 한다. 어떤 여자 모델은 너무 바빠 윗옷을 고정시키는 끈을 묶지 않고 나가 옷이 벗겨질 뻔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다행히 윗옷이 벗겨지기 전에 알아 무대에서 옷을 계속 붙잡고 걸어 위기를 모면했다”고 했다. 어떤 모델은 한 쇼에서 10번 이상 옷을 갈아입어 쇼 내내 옷과 시름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화려한 무대 뒤엔 쇼를 준비하는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땀이 있었다. /차재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