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덕외고 2학년생 이희연양은 교내 성적 우수상을 세 번 연속 받았다. 명덕외고가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매 학기 주는 상이다. 이양이 매번 최상위권 성적을 놓치지 않는 비결은 키워드 노트. 암기할 내용이 많은 내신 시험을 준비하는 데 특효약이다. 키워드 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닐 정도로 아끼는 이양이 자신만의 노트 정리법을 소개했다.

이신영 기자

◇공부할 내용에 대한 힌트 역할

키워드 노트는 기억해야 할 내용을 표현하는 단어나 힌트, 즉 키워드를 적는 노트다. 숫자와 단어 정도만 쓰여 있기 때문에 암호처럼 보일 정도다. 이양은 이 키워드를 보고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복습한다. 국어나 사회 등 암기 과목을 공부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예컨대 지리 과목 '기후 요소와 기후 인자간 관계' 단원을 공부할 때 단원명을 쓰고 바로 그 옆에 숫자 '6'을 적었어요. 단원명에서 언급된 '기후 인자'가 6개 있다는 말입니다. 숫자는 해당 내용이 몇 개인지를 뜻해요. 그 다음 ▲what ▲how ▲why ▲영향 ▲특징 ▲장점 ▲단점 등 단어를 통해 해당 내용에서 중점적으로 기억해야 할 점에 대한 힌트를 씁니다. 'what'은 해당 개념과 의미를, 'why'는 그 이유를 뜻하는 식이죠. 이런 단어들만 보고 외워야 할 내용을 입으로 말하면서 기억력을 높입니다."

이희연양의 키워드 노트.

키워드 노트를 작성하면 모든 내용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다. 교과서나 교재는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서술하는 양이나 빈도가 차이 난다. 하지만 키워드 노트에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사소하더라도 모두 정리한다. 이 덕분에 이양은 공부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거나 놓치는 일이 거의 없다. 지엽적인 부분이나 고난도 문제를 풀 때도 실수하지 않는 이유다.

이양이 모든 내용을 꼼꼼하게 공부할 수 있는 건 성실하게 수업을 듣기 때문이다. 그는 수업 시간에 교사의 말을 최대한 많이 받아 적는다. 이 내용을 그날 바로 새로운 노트에 깔끔하게 옮겨 적는다. 수업 시간에 교사의 말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필기하려면 글씨가 엉망일 수밖에 없다. 이양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수업 당일에는 기억이 많이 나기 때문에 그날 바로 옮겨 적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정리한 노트와 교과서를 바탕으로 시험기간 한 달 전부터 키워드 노트를 만든다. 수업 당일 필기를 옮겨 적으면서 복습하고, 키워드 노트를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복습한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기 때문에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키워드 노트에는 필기 내용이 거의 없다. 따라서 다양한 과목을 한 노트에 정리해도 휴대하기에 간편하다. 이양은 "매일 어디를 갈 때든 키워드 노트를 들고 다닌다"며 "집에서 크게 말하거나 학교에서 속으로 말하는 식으로 장소에 따라 쉽게 복습할 수 있는 게 이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로 타이핑하면서 영어공부해"

이양은 해외 체류 경험이 없으면서도 영어과 내신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공부할 영어 지문을 그대로 타이핑하고 컴퓨터로 번역하는 습관을 들인 게 효과적이었다.

처음 이 방법을 적용했던 건 1학년 2학기 심화영어독해 수업 때다. 범죄 수사와 관련한 사회학이 주 내용이었는데 문단 사이의 연결 관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이양은 지문을 한글로 먼저 옮겨 놓은 뒤 내용을 이해하기로 했다. 타이핑 속도가 빨랐던 이양은 공부할 내용을 빠르게 옮기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했다. 이양은 "▲수업 내용을 되새기며 ▲어려운 단어를 정리하고 ▲한국어로 매끄럽게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자 공부하는 데 훨씬 수월했다"며 "이때부터 난도가 어려운 내용은 컴퓨터로 번역하면서 정리했다"고 귀띔했다.

한편 영어 문장을 그대로 타이핑하는 경우도 있었다. 번역할 만큼 고난도 지문은 아니지만 중요한 문법 사항이 포함된 문장을 공부할 때 그랬다.

"내용 파악은 어렵지 않은데 문장 구조가 복잡하거나 어려운 단어가 많은 지문도 있어요.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 지문을 직접 쓰려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대안을 찾았죠. 타이핑하면서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자 손으로 쓰는 것만큼 효과가 있었죠. 몰랐던 단어와 문법 사항을 정리하고 나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시 손으로 써봤습니다. 기억하세요. 공부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항상 반복을 거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