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깨는 '레인보 슈터'가 미국과 한국의 프로농구 코트를 달군다.
다른 선수보다 높이 떴다 떨어지는 '무지개 3점슛'으로 골망을 흔드는 스테판 커리(27·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허일영(30·고양 오리온)이 주인공이다. 40%면 정상급이라고 평가받는 3점 성공률 부문에서 커리는 현재 51.8%(54개 시도 28개 성공), 허일영은 46.7%(75개 시도 35개 성공)를 기록 중이다. 커리는 20개 넘게 3점슛을 시도한 선수 가운데 1위, 허일영 역시 이 부문 리그 단독 선두다. 둘의 3점포가 불을 뿜으면서 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워리어스는 개막 5연승, 오리온은 15승2패의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보통 NBA 선수들이 던지는 슛의 발사각은 49도가량이다. 커리와 허일영이 구사하는 슛은 55도에 달한다. 슛 포물선의 최고점은 4.95m로 다른 선수들(4.80m)보다 높다. 이들이 이렇게 각도 높은 슈팅을 시도하는 건 공의 포물선이 높을수록 림과 만나는 단면적이 증가해 성공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박사는 "슛의 발사각이 높을수록 지름 24㎝의 농구공이 지름 45.7㎝의 림을 통과할 때 여유 공간이 커진다"며 "30도 이하로 직선에 가까운 슛은 골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둘의 슈팅 폼도 독특하다. 농구에서는 점프의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 던지는 걸 이상적인 슈팅으로 여긴다. 이 상태에서 몸은 잠깐 정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리와 허일영은 슈팅 동작의 구분 없이 한 박자로 던지는 '원 모션 슛'이다. 커리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두 손으로 슛을 던졌을 정도로 운동 능력이 떨어졌고, 고등학교 시절 센터로 뛰었던 허일영도 대학 입학 후 포워드로 전향해 슈팅 경험이 적었다. 정통파 슈팅 폼이 어렵다고 느낀 이들은 다른 생존법을 모색했다. 최대한 포물선을 높여 적중률을 높이고 수비의 블록을 피하는 방식이다.
높은 포물선이 그렇게 좋다면 왜 다른 선수들은 따라 하지 않는 걸까. 조성원 KBS 해설위원(수원대 감독)은 "슛 궤적을 높이려면 힘을 줘서 비거리를 늘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폼이 불안정해져서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커리와 허일영은 오래 애써 지금의 폼을 완성했기 때문에 그런 폼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는 '고각슛'의 단점을 보완하는 추가 비법도 있었다. 커리는 빠른 릴리스 속도로 공에 추진력을 더해 멀리 던지는 방식을 연습했다. 측정 결과 그가 슛을 던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초로 NBA 선수들의 평균(0.57초)보다 훨씬 빨랐다. 여기에 강한 손목 스냅으로 공의 회전수를 늘려(초당 2회) 슛이 림에 부딪힐 때 반발력을 줄였다.
허일영은 팔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폼으로 약점을 극복했다. 보통 이마 위에서 쏘는 다른 선수보다 20~30㎝ 위로 타점을 올린 것이다. 꾸준한 하체 운동으로 슛을 던질 때의 밸런스를 향상시킨 것도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허일영은 "먼 위치에서 높게 던지기 위해 일부러 3점슛 라인 두세 발짝 뒤에서 슈팅 연습을 했다"며 "처음엔 공이 림까지 날아가지도 않았는데 끊임없이 반복한 결과 정확한 고각 3점슛을 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