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전 국왕과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고 주장하는 68세 여성이 사우디 왕실로부터 2000만파운드(약 350억원)가 넘는 거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3일(현지 시각) “영국 고등법원이 파드 전 사우디 국왕의 ‘숨겨진 부인’ 자난 하브가 압둘아지즈 사우디 왕자를 상대로 제기한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하브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아버지의 뜻을 받든 사우디 왕자가 12년 전 하브에게 평생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1200만파운드를 주겠다고 한 약속이 사실로 인정된다”며 “생활비 이외에 이자 325만파운드, 런던 부촌 첼시 지역의 주택 두 채(500만파운드)도 건네주라”고 판결했다. 재판에 불참한 압둘아지즈 왕자는 변호사를 통해 “영국 법원은 하브의 주장을 들어줄 사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브에 따르면 그녀는 열아홉 살 때인 1968년 당시 왕자이자 내무부 장관이었던 파드 전 국왕과 비밀리에 결혼했다. 하지만 당시 사우디 왕실은 파드 왕자가 진통제 중독에 빠지게 된 것이 하브 때문이라며 1970년 그녀를 사우디에서 추방했다. 이후 하브는 레바논 변호사와 결혼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계속됐다. 하브는 법정에서 “파드 국왕과의 만남은 1995년 그가 뇌졸중에 걸릴 때까지 이어졌다”며 “국왕은 내가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고 했다.
파드 국왕의 병세가 악화된 2003년 압둘아지즈 왕자와 하브는 런던에 있는 도체스터 호텔에서 만났다. 압둘아지즈는 파드 국왕이 다른 아내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하브는 법정에서 “왕자가 아버지 명예를 위해 1200만파운드와 집 두 채를 주겠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주장했다. 파드 국왕은 2년 뒤인 2005년 8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피터 스미스 판사는 “하브가 제시한 증거가 확실하지 않고 때론 괴상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주장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브는 언론 인터뷰에서 “겨우 1200만파운드가 뭐라고. 그들(사우디 왕실)의 하루 세탁비 정도밖에 안 된다”며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책을 통해 사우디 왕실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