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는 교과서는 저부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역사적 사실을 뒤트는 왜곡이나 특정 사건을 미화하는 내용을 교과서에 담지 않겠다는 다짐을 표현한 것이다.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현재 검정(檢定) 교과서들이 좌(左)편향되어 학생들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검정 교과서는 북한 정권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6·25전쟁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 교육계 등은 이 같은 좌편향 역사 교과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정(國定)이 되면 우(右)편향 교과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도 있다. 교과서 집필 기간 내내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본지가 역사학자들 자문을 바탕으로 이런 오해와 의혹을 피하기 위한 '7대 쟁점'을 정리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①일제시대를 미화하는 기술(記述)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제 시기 고등 교육기관을 세워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제와의 협력도 필요하였다'(교학사) 등과 같이 친일 사관(史觀)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영화 '암살'로 다시 조명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김원봉처럼 ②독립운동 업적이 분명했다면 좌우를 가리지 말고 함께 조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도 쟁점으로 등장한다. 현 좌편향 교과서는 독립운동 단원을 서술하면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를 더 비중 있게 다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좌파 진영에서는 '국정교과서가 되면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는 교과서에서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독립운동은 동일한 잣대로 서술해야지 특정 무장 독립 투쟁만 방점을 찍어 서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는 "독립운동가 모두를 교과서에 기록할 수 없으며, 업적이 현저한 분들만 기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③극렬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물은 교과서에 분명히 써야 한다고 했다. "집필진이 기준을 논의해 '악질 친일파'라고 분류된 인사들은 서술하는 게 당연하다"(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것이다. ④위안부를 폄하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을 쓰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꼽았다. 지난 2013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일본군위안부 사진 설명에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 부분이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동원된 것처럼 오독(誤讀)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뒤늦게 수정했다.

광복 후 정부에 대한 평가도 새 한국사 국정교과서 기술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현대사는 아직 명확한 평가를 하기엔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고, 시일이 흐른 뒤 그 평가가 바뀌는 경우도 많으므로 신중하게 서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⑤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공과(功過)를 모두 서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좌편향 검정 교과서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공적에 대한 서술은 매우 적으며, 부정적인 내용 위주로 기술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반면 일부 교과서는 '이승만은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등과 같이 과도한 해석을 한 측면도 있었다. 한 국립대 교수는 "독립운동을 하고 대한민국을 세운 공(功)과 함께 독재를 한 과(過)도 서술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좌·우 인사들 사이 쟁점은 많지만 최소한 ⑥5·16을 '혁명'으로 표현하는 식의 과거 회귀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5·16은 군사정변의 성격이 맞고, 시민사회 등에서 이미 동의해 용어가 정립됐는데 이를 다시 고치는 것은 안 된다"(이기동 동국대 교수)는 주장이다. 과거 1970~80년대 국정교과서에서는 5·16을 '군사혁명'으로 표현했다. ⑦박정희 정부에 대한 공과 역시 역사적 사실에 따라 균형 있게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정희 정부 시절을 기술할 땐 급속한 산업화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근간을 이룬 점과 함께, 당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의 과정과 성과에 대한 기술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