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성 카린 곰부(42)는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 주변을 남편과 열다섯살된 아들과 함께 걷다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한 남성을 발견합니다. 작년 4월 22일, 오후 5시 45분쯤이었죠.
초로의 남성은 누런 종이가방에 감자튀김을 꺼내 먹으며 캔 맥주를 마시고 있었죠. 그러면서도 연신 쓰레기통에서 음식물을 찾고 있었습니다.
파리에서 온 관광객인 카린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나 음식을 낭비하는데,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뉴욕에 이리도 많다니..."
카린은 좀 전에 나온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다 남아 포장해온 피자 조각이 든 봉투를 그에게 건냈습니다.
"그 안에 뭐가 들었소?"
"미안해요. 식긴 했지만..."
"고맙습니다. 복 받으시길."
카린은 영어로 얘기하려 했지만 절반은 프랑스어가 섞이고 말았죠.
그때까지만 해도, 카린은 자신이 식은 피자조각을 건네 준 사람이 1억 달러(약 1200억원)의 자산가인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64)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사실 기어는 이날 맨해튼에서 영화 '타임 아웃 오브 마인드(Time Out of Mind)'를 찍고 있었습니다.
곰부는 남편과 아들, 자신 가족이 영화 찍는 현장에 무심코 들어선 사실을 몰랐던 것이죠.
그 노숙자가 리처드 기어란 사실은 이틀 뒤 솔즈베리 호텔에서 호텔 보이가 건네준 뉴욕포스트를 보고 알았죠. 신문 안쪽에는 그가 기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사실 되돌이켜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긴 했어요.
핸디캠으로 맨해튼을 찍고 있던 남편에게 어떤
이들이 "동영상 찍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무슨 일인가 했죠.
그들은 자기 동영상 찍기 바빠서, 남의 영화 녹화현장에 모르고 들어갔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