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을 아시나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헬조선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대체 '헬조선'이 무엇이길래 국회 국정감사까지 나온 걸까?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대한민국을 뜻하는 '조선'을 붙인 단어로, '현재 우리 사회가 지옥 같이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국 사회를 비하하면서 조선시대 만큼이나 큰 차이 없이 살기 힘들다고 비난하면서 취업난 등에 공감하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신조어다.
실제로 시민들은 '헬조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20대부터 70대 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을 만나서 '헬조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20·30대 젊은이들은 이 단어에 가장 공감했다. 극심한 취업난과 취업 후라도 열정 페이나 비정규직 등으로 열악한 처우에 대한 불만이 컸다. 또, 정부와 기성 세대의 반성 없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또래 친구들보다 취업이 빨랐다는 이은혜(23)씨는 "빚을 낸 학비로 대학 다니고 졸업후에도 취업 보장도 없는 친구들을 보며 대학보다 취업을 택했다"면서 "점점 사는 게 힘들다" 했다. 노경혜(24)씨도 "직장이 세금이나 직원 혜택 등을 피하려는지 계약에 대해 문서로 남기는 것 등이 소홀하다"고 불만을 말했다.
헬조선이란 단어에서 한국이 아닌 조선을 의미하는 바는 다른 의미도 있다. 양반과 평민, 천민등의 계급 구분이 있던 조선시대처럼, 부(富)의 대물림으로 인해 계층간 이동이 거의 어려운 한국 사회의 계급을 비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계급을 '수저'로 표현하기도 했다. 수저의 색깔에 따라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똥수저로 나뉜다. 금수저와 은수저가 상류층이라면 흙수저와 똥수저는 하류층이다. 이들은 서로 출발부터 다르다. 어학연수·낙하산 취직이 상류층 코스라면, 서민층은 시간제 알바·백수가 하류층의 정해진 순서라는 것이다. 대학원생인 남소정(25)씨는 헬조선을 "조선시대 신분제도로 알고 있다"며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지고 있고 대학만 가면 해결된다고 살았는데 자기 노력에 비해 결과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철욱(32)씨도 "취업은 잘 안되고 어떻게 취업하면 결혼을 하게 되는데 집을 구하기는 어려워지는 현실에 문제가 된다"며 "해결을 원하는 정부는 딱히 해결책은 없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여러 싸움이 일어나니 젊은이들이 소외를 받는 입장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이들에 비해 기성 세대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김재석(67)씨는 "젊은이들은 아직 고생을 덜했다"면서 "6·25를 겪은 우리들은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일해야 했고 일을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젊은이들이 부모 덕 보려 하고 부지런히 일은 안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잡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몇몇 기성 세대인 시민들도 헬조선의 단어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김시명(70)씨는 "젊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해야한다는 데 동감한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게 맞다"며 "한정된 일자리에서 어른들이 물러나야 젊은 사람이 들어오는게 아닌가"라고 했다.
김청래(61)씨도 "젊은이들이 학교를 다니려면 대출을 받고 졸업을 하면 빚더미가 남는다. 여전히 우리사회는 '갑질'이라는 사회적 횡포도 심하다"면서 그런 이유에서 헬조선이란 말이 공감을 얻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걸 이겨내려는 청년들이 아직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