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성인 남성 잡지 '플레이보이'의 코리 존스 수석 에디터는 창업자 휴 헤프너의 LA 자택을 찾았다. 피카소 진품으로 장식한 호화로운 응접실에서 창업자와 마주 앉은 존스 에디터는 잡지에서 여성 누드 사진을 없애자는 대담한 제안을 했다. 여성이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는 사진은 계속 싣되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게 하자는 것이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아직도 편집장에 이름이 올라 있는 89세 창업자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남성들이 갖고 있는 성(性)에 대한 은밀한 욕망을 상품화시켜 백만장자가 된 동시에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인물이다. 가슴골이 깊이 파인 메릴린 먼로를 표지 모델로 내세운 1953년 창간호에서 헤프너는 "18세부터 80세 사이 남성이라면 모두 플레이보이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창간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 시각) '남성들의 로망'을 충족시켜 온 플레이보이의 누드 사진이 창업자의 동의하에 작별을 고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플레이보이는 내년 3월부터 누드 사진을 없앤 잡지를 발행할 예정이다. NYT에 따르면, 플레이보이가 창간 60여년 만에 최대 편집 쇄신을 결정한 것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스콧 플랜더스 플레이보이 CEO는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얼마든지 무료로 여성 누드 사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1975년 560만부에 달했던 발행 부수는 현재 80만부까지 떨어졌다.

위기 상황에서 플레이보이가 내린 결정은 자신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누드 사진을 없애는 대신 읽을거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성 누드 사진을 싣는 잡지'라는 선입견 때문에 가려졌지만, 플레이보이는 수준 높은 읽을거리와 콘텐츠를 갖춘 잡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인기 작가의 소설 및 마틴 루서 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유명인 인터뷰도 꾸준히 실었다.

작년 8월 플레이보이가 시행한 '실험'은 누드 사진을 없애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플레이보이는 웹사이트에서 여성 누드 사진을 없애고 인터뷰 기사 등을 늘렸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월 방문자가 400만명에서 1600만명으로 4배 이상 늘었고 방문객 나이도 평균 47세에서 30대로 낮아졌다.

플레이보이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남성 잡지의 역사에 관한 책을 6권 발간한 디안 핸슨 타셴 출판사 에디터는 "누드 사진을 뺀 플레이보이를 과연 플레이보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라고 반발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존스 에디터는 "열두 살 소년 시절의 나라면 지금 내가 내린 결정에 매우 낙담했겠지만, 이것은 (잡지를 살리기 위한) 올바른 판단"이라고 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