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적을 변경해 병역을 회피하는 사람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중과세하고 취업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무청은 “국외에 체류 중인 병역 의무자들이 국적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담은 ‘국정감사 후속 조치 계획보고’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이 보고자료에서 병무청은 “국적 변경에 의한 병역 회피의 경우 국적상실 제한, 비자발급 제한, 조세부담 강화, 조달참여 제한, 고위공직에의 임용 배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병무청은 관련법을 개정해 재외동포체류 자격 비자(F4) 발급 제한 대상을 현행 ‘병역 기피 목적의 국적 이탈 및 상실자’에서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국적을 이탈·상실한 사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병무청은 또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사람에 대해 취업과 국가 조달사업 참여 제한 등의 제재 연령을 현행 40세에서 5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를 중과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병역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적을 포기하면 부모인 공직자를 고위직 임용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 불법 체재자로 고령 사유에 해당돼 제2국민역에 편입한 경우엔 병역법에 따라 추가 형사 고발키로 했다.
병무청의 이 같은 결정은 국적 변경이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지만, 현행 병역법으로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 7월까지 해외 체류자가 만 38세(병역 의무 상한 연령)를 넘겨 고령으로 면제 처분을 받은 대상자는 2만8096명에 이른다. 현 4급 이상 공직자 26명의 아들 중 30명이 국적 변경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병무청은 “병역 문제 제재 수단으로 재산상의 불이익 처분이 가능한지는 관련 부처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 방안과 관련해 지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국적 변경 경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과잉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병무청은 관련 방안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 연구용역을 맡겨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