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무개차를 타고 환호하는 군중 사이를 지나가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 해병대 출신 리 오즈월드가 쏜 총을 맞고 사망했다. 오즈월드는 재판 직전 살해당했고, 그 암살자 역시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갖가지 의혹이 불거졌다. 조사위원회는 정신적 문제가 있던 오즈월드가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밝혔으나, 배후에 미국과 적대 관계였던 구소련과 쿠바가 있다는 주장, 케네디 대통령이 주도한 구조조정에 불만을 품은 CIA가 범행을 계획했다는 주장 등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 6일 "당시 존 매콘 CIA(1991년 사망) 국장이 사건과 관련한 중요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을 CIA가 공식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았지만, CIA의 정보를 조사위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소극적으로' 사실을 덮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초, CIA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공산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 그중엔 카스트로 암살 계획까지 포함돼 있었다. 케네디 암살이 카스트로 지지 세력의 보복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매콘 전 국장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CIA는 케네디 암살 사건 1년여 전부터 우편물 가로채기를 통해 오즈월드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즈월드는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을 품고 1959년 구소련으로 망명했다가 1962년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이후 '요주의 인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CIA 연구학자인 데이비드 로바지는 "당시 매콘 국장은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으로 세간에 알려지는 것이 최상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