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가 발행하는 계간 '세계의 문학'이 올해 겨울호를 끝으로 사라진다. 박근섭 민음사 대표는 "기존의 종이 잡지로 내는 계간지 시스템이 요즘 한국 문학에 무슨 도움을 주는가"라며 "비슷비슷한 기존 계간지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문학 매체를 만들기 위해 '세계의 문학'은 올해까지만 내고 정간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계간지 발행에 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접는 게 아니다"며 "포털로 만들면 돈은 더 들어가고 수익성도 없다"고 말했다. '세계의 문학'은 일년 네 차례 제작비 중 원고료만 1억원가량 들어갔지만, 최근 정기 구독자 수가 30명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연말에 종간호를 내기로 했다.
지난 1975년 문학 평론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유종호 예술원회장이 창간한 '세계의 문학'은 당시 문단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과 구별되는 제3의 문학을 대변했다. '세계의 문학'은 '오늘의 작가상'을 운영해 소설가 한수산의 '부초',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강석경의 '숲 속의 방'에 이르기까지 베스트셀러를 내 문학 출판의 중심 역할도 해냈다. 이 잡지는 '김수영문학상'도 운영해 시인 장정일을 비롯해 80년대 대표 시인들의 활동도 부각시켰다. 또한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 이 잡지에 실려 국내에 첫 소개가 된 것을 비롯해 해외 유명 작가들의 국내 진출에도 기여했다.
2012년 '세계의 문학'에 연재한 장편 '지상의 노래'로 2013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이승우는 "한국 문학이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문학 잡지가 사라진다니 안타깝다"며 "지난 40년 동안 한국 문학에 많이 기여해 온 잡지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입력 2015.1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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