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부산 지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의 부두목 정모(43)씨가 구속됐다고 7일 부산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 )가 밝혔다. 정씨는 2009년 11월 서울 강남 청담사거리에서 다른 폭력조직인 범서방파와 흉기를 들고 대치한 사건에 연루돼 수배를 받아오다가 지난 3일 서울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2013년 칠성파 2대 두목 한모(48)씨가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에 부두목인 정씨까지 구속돼 칠성파의 세력 구도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칠성파 원조 두목 이강환(73) 바로 아래에는 공모(사망 당시 42)씨가 있었지만, 2007년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다. 유력한 후계자인 공씨가 갑자기 사망하자 영화 '친구'에서 배우 유오성이 맡았던 행동대장의 실재 인물인 정모(50)씨와 한씨가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정씨는 1993년 7월 부산 남포동 일대 유흥가를 기반으로 세력 다툼을 하던 신20세기파 행동대장(49·영화 '친구'에서 장동건 역)을 흉기로 살해하는 등 칠성파에서 굵직굵직한 활동을 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하지만 이강환은 정씨 대신 칠성파 정통 계보가 아닌 한씨를 2011년 2대 두목으로 지목해 정통 칠성파들이 크게 반발했다"고 말했다.

이후 정통 칠성파 세력들과 한씨 아래로 들어온 칠성파 세력 간에 대립이 발생했고, 이때부터 부산진·해운대·영도 등 부산 지역명을 딴 칠성파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조직 결속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번에 구속된 부두목 정씨는 2013년 구속된 2대 두목 한씨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두목에 이어 부두목까지 구속되자 칠성파 조직 와해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찰청 폭력조직 수사 관계자는 "이번에 구속된 정씨의 경우 부두목이긴 하지만 조직 장악력이라든지 조직에서의 영향력은 칠성파 전성기 때의 부두목과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두목과 부두목의 구속으로 칠성파 세력 구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부산에 80여명의 칠성파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