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과 북한 김일성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시아누크가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나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 때마다 김일성은 그를 북한으로 불러 극진히 대접했다. 궁전 같은 집을 짓고 100명이 시중을 들게 했다. 군중대회를 열어 환영 행사도 해줬다. 시아누크는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던 김일성에게 더할 수 없이 좋은 친구였다. 2012년 북한은 최고의 상이라는 '국제김일성상'을 시아누크에게 줬다.
▶나미비아는 전쟁 기념관과 정부 청사 설계와 건설을 북한에 맡겼다. 샘 누조마 대통령이 1990년대 말 짐바브웨에 갔다가 본 거창한 '북한제' 건축물을 보고 훗날 비슷하게 지은 것이다. 누조마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었다. 그가 북한에 가면 북한은 평양 시민을 동원해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어줬다. 누조마도 2008년 국제김일성상을 받았다.
▶국제김일성상은 1993년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구현하기 위해 적극 투쟁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준다며 만들었다.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도 지난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4월로 예정됐던 수상식이 열리지 않더니 최근 우간다 측이 수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북한 대사는 우간다 외교부에 상을 받아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김일성상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가치도 없으니 부담 갖지 말고 받도록 하라"는 말까지 할 정도라고 한다.
▶우간다 정부가 망설이는 건 북한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주면 국제사회에서 여러모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 분석이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2년 전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프리카엔 북한의 우방이 꽤 있다. 하지만 인권 탄압 체제 북한에 가장 먼저 분명하게 선을 그은 나라도 아프리카에서 나왔다. 보츠와나는 지난해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과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아프리카의 한 영문 일간지는 지난해 이 상을 가리켜 '수상하지 않는 게 더 나은 상(A prize better not to win)'이라고 했다. 북한이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 상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젠 남북한이 아프리카에서 유엔 표 대결 경쟁을 하는 시대도 아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실리와 인권을 고려한 외교 행보를 하고 있다. 핵과 인권탄압의 체제 북한은 점점 더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러운 나라'가 돼 가고 있다. 그러니 친하자며 건네는 상이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