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세계에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았다. 그가 워스트 드레서가 된 것은 과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스타일을 그대로 전수받아 대물림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어린 나이에 북한 최고의 자리로 등극하면서 절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열망을 자신의 외모와 패션에서 과감히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패션 전략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은 스타일의 합(合)에 있다. 그는 정치 초기부터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의 이미지를 어필했다. 인민복 패션과 머리를 뒤로 넘긴 올백 헤어스타일을 하고 뒷짐을 지는 몸짓까지 모방해서 3대에 이르는 세습 정치의 당위성을 담은 메시지를 (패션으로) 전달하려 했다. 3세대로 이어져 온 그의 광폭한 정치 스타일을 패션으로 분석해보자.

초창기 김일성을 따라한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왼쪽)과 이후 젊은 독재자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해주는 독특한 헤어스타일.

퍼스널 컬러 이론에 의하면 그의 얼굴생김새는 단정하고 시원해 보이는 여름사람의 이미지를 타고났다. 하지만 그의 이목구비는 과도한 얼굴 살에 파묻혀 여름사람의 장점을 잃고 말았다. 그는 21세기 정치인의 어느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외모와 스타일을 추구한다.

얼마 전 장성택 사형 집행 후 공식석상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어서 세계 언론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머리 위쪽에만 볼륨을 주고 옆머리는 밀어서 우스꽝스런 헤어스타일과 눈썹 머리 부분만 살리고 나머지는 싹뚝 밀어서 불안한 심경을 나타냈느니, 카리스마를 나타냈느니 식의 여러 추측들도 나왔다.

김정일의 옅은 눈썹을 따라한 반 토막 눈썹(왼쪽). 5년 전인 2010년(오른쪽)과 비교해 눈썹의 길이가 확연히 짧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왜 반 토막 눈썹을 선호할까. 아버지 김정일의 눈썹을 보면 해답이 나온다. 바로 김정일의 눈썹이 가는 형태로 숱이 매우 적은 반 토막 스타일이다. 어린 나이에 최고 위원장이 되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일환으로 폭정을 한 아버지의 외모를 벤치마킹해서 공포 정치의 후광효과를 노리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반 토막 눈썹은 미치광이 독재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한 몫 했을 것이다.

그의 패션 또한 3대 째 이어지는 인민복 스타일로서 절대 권력의 이미지를 지향하는 그의 내면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60년대 스타일의 스포츠 칼라 셔츠(Sports Collar Shirts).

평상복으로는 60년대 스타일의 스포츠 칼라 셔츠(Sports Collar Shirts·일명 남방셔츠)를 입어서 중년의 김정일과 노년의 김일성 이미지를 융합했다. 그의 패션은 ‘아저씨’ 스타일로 시대를 거스른다. 아무리 뚱뚱한 체형일지라도 품이 지나치게 넓은 바지통은 다리가 짧아 보일뿐만 아니라 둔해 보인다.

그의 대물림 패션은 안경 스타일까지 적용되었다. 평소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던 그가 한 공식 석상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금테 안경을 연상케 하는 안경을 끼고 나타나서 자신의 정치 리더십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비슷한 디자인의 금테 안경도 대물림했다.

30대 초반인 그가 이러한 대물림 패션으로 3부자 세습을 정당화하려고 한 점은 전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글로벌리즘 시대와 상반되는 패션으로는 그의 정치 생명을 더욱 단축시킬 것이다. 그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북한의 정치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먼저 3부자 대물림 패션의 굴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그가 즐겨 입는 인민복 스타일과 감청색, 국방색, 검정색과 흰색의 무채색에서 벗어나 여름 사람 특유의 연파랑, 연분홍 등의 시원한 컬러 셔츠 스타일을 입는다면 세계인의 눈이 다 밝아질 것 같다. 아울러 통일의 희망도 더 선명하게 피부에 와 닿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