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700만명의 승객들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그러나 이용객들이 늘어난 만큼 이곳에서 벌어지는 범죄도 늘고 있다. 출근시간 성추행, 에스컬레이터에서 몰카 촬영, 소매치기, 부축빼기 (술 취한 승객에게 다가가 부축하는 척하며 지갑 등 훔치기) 등등. 서울시경 소속 지하철수사대 경찰들과 동행하며 범죄 현장을 목격했다.
여자 다리 사이로 가방 밀어 넣기
지난 12일 오전 8시 30분경, 출근 시간으로 붐비는 서울 지하철 A역, 진분홍 스커트의 젊은 여자를 주시하던 남자가 있었다. 흰 와이셔츠와 남색 자켓 차림으로 깔끔한 스타일의 그는 얇은 검정색 서류가방을 들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보였다. 그런 그가 전동차에 승차하며 한 여성 승객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손에 든 가방은 성추행 도구가 돼 있었다. 가방을 여자의 다리 사이로 밀어 넣더니 이윽고 자신의 성기 쪽을 여성의 엉덩이에 붙여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여자는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월요일 출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 안은 다른 사람을 관찰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5분 가량이 흘렀다.
열차가 역에 멈추자 남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빠져나가려 했다. 이때 최남욱(40. 시경 지하철수사대) 경사가 그를 막아섰다. “성추행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남자는 처음에 성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이미 경찰이 피해 여성에게 그로부터 심한 불쾌감을 느낀 것을 확인했다. 결정적으로 문제 남성의 모든 행동이 경찰 카메라에 녹화되어 있었다. 남자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경찰은 지하철 성범죄를 단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할 때다. 박하연(40·시경 지하철수사대) 경사는 “빨리 회사에 출근해야 되고, 성추행당한 것을 회사에 보고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라며 “어쩌면 그게 범인들이 노리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여성 치마 속을 몰카로 찍다 걸린 남자
서울역사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한 20대 남자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살구색 원피스 차림의 젊은 여성이 그의 앞을 지나가자, 그는 여성을 뒤따랐다. 여자가 에스컬레이터에 오르자 그 바로 뒤 두 칸 아래에 섰고, 자신의 오른쪽 무릎에 스마트폰을 올려 여자의 치마 속을 향하게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 여자의 치마 속이 고스란히 촬영됐다. 무사히 몰래카메라 촬영을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경찰이 휴대폰을 든 남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대체, 왜 이러세요?” 남자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그의 휴대 전화에선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동영상이 발견됐다.
성추행범의 행동 성향
출근시간 서울 지하철 B역 앞. 카키색 잠바를 입고 늘어뜨린 크로스백을 매고 있는 30대 초반의 남성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지나가는 여자를 보고 돌아서서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위아래를 훑어보던 그는 전동차가 도착하자 자신의 성기 부분을 여자의 엉덩이에 밀착시켜 승차했다.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에 맞서 남자가 양팔로 여자 옆의 기둥을 감싼 후 옆으로 이동한 여성을 따라 주변을 보고 여자 옆으로 다가갔다. 열차 안은 사람들의 몸이 밀착되면서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다. 남자는 오른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만졌고 바지 벨트 아래는 불룩한 상태였다. 경찰은 남자의 성추행 과정이 촬영된 동영상을 보며 “성기가 발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누군가를 만지는 건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지하철의 혼잡한 틈에 손만 조금 뻗으면 성추행은 너무나 쉽게 이루어진다. 경찰은 단순히 몸에 닿는 것을 추행으로 단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후 사정을 따져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지가 관건이다. 지하철 수사대가 밝히는 성추행범의 행동 성향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다.
①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인 출퇴근 시간에 자주 돌아다니는 사람
②승강장에서 주변을 서성이며 여성을 따라가는 사람
③여성의 위아래를 훑어보는 사람
④여성의 신체를 만지며 승차하는 사람
⑤승차 후 여성의 뒤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는 사람
⑥에스컬레이터나 계단 주변에 핸드폰을 들고 계속 서성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