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중국동포 부부가 또 총에 맞아 숨졌다. 외교부는 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 칼라바르손 지역에 사는 한인 부부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며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영사(領事)를 현장에 보내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은 이번 사건이 2일 새벽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살된 50대 남편 이모씨는 괴한을 피해 달아나다 집 밖에서 총격을 당했고, 중국동포 출신 40대 아내는 집 안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사건 당시 집에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미뤄 면식범(面識犯)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번에 총격으로 숨진 두 사람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한국인 교민 9명과 조선족 1명 등 10명이 필리핀에서 피살됐다. 특히 최근 석 달 동안 매달 피살 사건이 발생해 교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피살된 부부는 4년 전 필리핀에서 은퇴 비자를 받아 이주해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19일에는 칼라바르손 인근 카비테주 실랑 마을의 가정집에서 한국인 나모(64)·김모(여·60)씨 부부가 괴한의 총격에 숨졌고, 지난달 17일에는 필리핀 중부 관광도시 앙헬레스에서 박모(61)씨가 괴한이 쏜 총을 맞고 사망했다.
필리핀에는 9만~10만명의 교민이 살고 있고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연간 120만명에 이른다. 외교부는 지난달 23~25일 재외동포 담당 국장을 필리핀에 보내 현지 경찰에 한국인 안전 대책 강화를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한국인은 현금을 많이 가진 것으로 알려져 쉽게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며 "현지인과 사업할 때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도시 외곽보다는 치안이 좋은 지역에 거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