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하게 잘 빠진 외모에 딸린 흠 하나, 통풍(通風). 층마다 서너 가구 또는 대여섯 가구씩 ‘ㅁ’자 모양으로 배치해 쌓아 올린 타워형 아파트는 매끈한 외관과 시원한 단지 배치가 가능한 장점을 지녔지만 환기와 통풍에 취약하다는 핸디캡은 청약자들을 아쉽게 만든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해온 건설사들이 저마다 타워형 아파트가 지닌 ‘옥에 티’를 지우기 위해 나름 특단의 설계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탑상형 아파트를 설계할 때 이면 개방형 거실 구조를 채택해 통풍 효율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면 개방형 거실 구조란 거실의 전면부와 측면부에 창을 내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을 말한다.

삼성물산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조감도

삼성물산 관계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들어설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의 타워형에는 이면 개방형 거실 구조가 적용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시스템이나 마감재 등을 통해서도 통풍 효율 개선에 나섰다. 아파트에 전열교환 방식의 환기시스템을 설치해 창문을 열지 않아도 내부 환기가 가능하게 하고, 일부 아파트에는 전열교환기 내부에 공기 정화 기능이 포함된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또, 지난 3월 분양했던 서울 광진구 자양동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는 창문이 일부만 열리는 부분 개폐 방식의 주상복합 창호가 아닌 일반 아파트형 미닫이 창호를 적용해 통풍에 신경을 썼다.

현대건설도 통풍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주변 기류를 분석해 타워형 아파트가 판상형 아파트에 비해 통풍이 얼마나 잘되는지를 확인하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사용하면 아파트 창 배치 구조와 창의 열고 닫힘 상태 등에 따라 통풍 효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탑상형 아파트의 통풍 효율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 판상형 아파트의 통풍 효율 수준까지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탑상형 아파트의 통풍 효율 개선에 사용된 건설사들의 노하우는 성냥갑 모양의 판상형 아파트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기도 한다. 최근 분양하는 단지들은 판상형 아파트와 타워형 아파트가 복합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대부분의 래미안 아파트에 전열교환 방식의 환기시스템을 설치했다.

GS건설도 판상형 아파트와 타워형 아파트에 공기 순환 시스템을 설치해 통풍 효율 개선에 나섰다. GS건설이 ‘일산 자이’, ‘해운대 자이’ 등 2007년부터 시공한 거의 모든 아파트에 공기 순환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부터 회사가 단독 시공한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공기 순환 시스템을 적용해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통풍이 특히 잘 안되는 드레스룸에도 공기 순환 시스템을 설치해 환기와 통풍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