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근교에서 이슬람 성지 순례 행사를 하던 도중 압사(壓死) 사고가 생겨 최소 717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하지에 참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온 무슬림들은 악마를 상징하는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갖는다. 사진은 24일(현지 시각) 717명 이상이 숨진 대형 참사가 발생한 메카 인근에 있는 돌기둥의 모습이다. 서로 돌을 던지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과정에서 넘어진 사람들을 밟게 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메카 인근 미나에서 열린 '하지(Hajj)' 행사에 수십만명의 이슬람 신자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넘어진 사람을 밟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적어도 717명이 숨지고 800여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숫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지 순례 도중 발생한 사고로는 1990년 14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압사 사고 이후 역대 둘째로 인명 피해가 큰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알자지라 등 아랍권 방송에는 사고 현장에 시신이 뒤엉킨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출동해 길바닥에 쓰러진 부상자들을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장면이 나왔다. 옷가지와 소지품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모습도 보였다. 사우디 당국은 민간 구조원 4000여명을 투입하고 구급차 220대를 출동시켰다. 사고 직후 이란 정부는 자국민들이 43명 이상 숨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망자들 신원을 모두 확인해 국적별로 몇 명 숨졌는지 집계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駐)사우디아라비아 한국대사관은 "한국인의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하지 행사 중 하나인 악마를 상징하는 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치르던 도중 발생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돌을 던지는 의식이 시작되면 서로 돌을 던지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기둥을 향해 몰려든다. 압사 사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1990년대에도 이번 사고처럼 악마 기둥에 돌을 던지다 밟혀 죽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2006년에는 돌을 던지는 도중 364명이 압사했다. 사고가 빗발치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한때 돌기둥을 돌벽으로 바꿔 인파를 분산시키려는 노력도 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했다.

워낙 인명 피해 규모가 큰 사고가 발생하자 아랍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이 집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1일 메카에서 모스크 공사장의 크레인이 넘어지는 바람에 107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2주 만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우디 정부의 책임론이 커질 전망이다.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에서 부상당한 한 무슬림 노인을 민간 구조대원들이 양옆에서 부축하며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돌 던지는 행사 외에도 과거 메카에서는 수백명 이상 숨지는 대형 압사 사고가 자주 있었다. 1990년 메카로 향하는 터널 안에 수만명이 몰리면서 1426명이 숨진 사고가 가장 인명 피해가 컸다. 1997년에는 메카에 온 사람들이 머무르던 텐트촌에 화재가 발생해 343명이 숨지고 15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우디 메카 성지순례 행사중 압사 참사… 최소 717명 사망 -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 인근에서 24일(현지 시각) 성지 순례객 압사 사고가 발생해 최소 717명이 숨지고 800여명이 부상했다. 이날 사고는 이슬람교의 성지 순례 기간인‘하지궩를 맞아 수백만명의 이슬람교도들이 메카 순례에 나서면서 발생했다. 사고 후 거리에 놓인 사상자 주변으로 순례객들과 구조 대원들이 모여 있다. 주(駐)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대사관은“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지순례 압사사고 난 사우디 아라비아는 어디? ]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파키스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메카로 성지 순례를 오는 국민이 많은 국가들은 서둘러 자국민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1990년 1426명이 숨진 사고도 희생자가 대부분이 동남아시아의 무슬림들이었다. CNN은 "독실한 일부 무슬림이 하지 도중 숨지면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 악마 돌기둥에 돌 던지기

'하지(hajj)'란 이슬람교도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의무 중 하나인 성지 순례를 의미한다. 이슬람교도는 일생에 한 번 성지 메카를 순례해야 한다. 매년 하지 때마다 200만명 안팎의 무슬림이 메카에 몰려든다. 순례 과정은 메카 대(大)모스크의 '신성한 돌' 카바에 입을 맞추고, 미나 계곡에 있는 '악마의 돌기둥' 3개에 돌을 던진 뒤 선지자 무함마드가 마지막으로 설교를 한 아라파트 언덕에 올라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진행된다. 이 중 미나의 돌기둥을 향해 돌을 던지는 의식을 '자마라트(Ja marat)'라고 부르는데 순례객들이 돌기둥으로 가까이 가기 위해 몰려들어 특히 사고 위험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