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88고속도로 거창IC로 나가니 족히 30층 이상 돼 보이는 타워형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인구 6만명 남짓한 소도시에 이렇게 높은 건물이 서 있는 게 이질적으로 보였다. 엘리베이터 성능 등을 검사하는 '승강기 테스트 타워'다. 102m 높이의 이 타워는 작년 준공된 경남 거창(居昌) '승강기밸리'의 랜드마크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경남테크노파크가 62억원을 들여 건설한 것으로, 엘리베이터 및 부품 제조 중소기업들이 제품 실험에 사용하는 공용(共用) 테스트 타워로는 국내에 하나뿐이다.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는 속도가 중요한데, 이 타워는 분속 540m급으로 국내 최상위 수준이다. 거창군이 유치한 165만㎡의 승강기밸리는 테스트 타워,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승강기 R&D센터, 금보엘리베이터·스타리프트 등 엘리베이터 업체 24곳이 입주한 공단, 전문 농공단지, 한국승강기대학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강인구 승강기 R&D센터장은 "승강기밸리는 110조원의 세계시장을 공략할 국내 승강기 산업의 새 병기"라며 "우리 밸리는 작년 1100억원, 올해 1500억원 매출을 올렸고 앞으로 한국형 표준 모델 개발, 업체 추가 입주 등을 통해 1조원대 이상으로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라 했다.

요즘 거창군 신원면 감악산 정상에선 한국천문연구원의 'SLR (Satellite Laser Ranging·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관측소' 공사가 한창이다. 230억원을 들여 연말에 준공될 이 관측소는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을 추적·감시하는 곳이다. 인공위성 궤도 아래에 있는 국내 도시 중 거창 공기가 가장 맑아서 선택됐다. 거창군은 우주를 관측하는 천문인 마을, SLR과 연계한 천문우주과학센터 등을 조성, '천문우주문화도시 거창'으로 간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해발 1000m 이상 산으로 포위된 시골 도시 거창이 '미래형 농촌도시'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래서 거창군의 슬로건은 '내일의 도시'다. 승강기밸리와 천문우주문화도시는 이 꿈의 신호탄이다. 항(抗)노화 힐링 산업, 명품 교육도 거창의 자랑거리다.

전북 무주구천동과 이어지는 고제면 개명리엔 '빼재(고개 이름) 산림레포츠파크' 가 조성되고 있다. 345억원을 들여 작년 착공, 2019년 완공 예정이다. 남상면 대산리 42만4800여㎡엔 236억원을 들여 수변 생태공원 등으로 이뤄진 '창포원'을 2017년까지 만든다. 거창군 임영만 기획감사실장은 "비계산과 가조온천 지구엔 2020년까지 '항노화 힐링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산림레포츠파크, 창포원, 항노화 힐링랜드 등이 마무리되면 거창은 '건강 투어'로도 유명해질 것"이라 했다.

거창은 지리산·가야산·덕유산 등 국립공원 세 곳 등 해발 1000m 이상 산 23개로 둘러싸인 오지였다. 그러나 이젠 이런 자연 조건을 바탕으로 한 사과·딸기·오미자 등 특용 작물이 인기를 끌고, 좋은 교육 환경 등을 갖추면서 '살기 좋은 시골 도시'로 변모했다. 오미자 전국 2위, 사과 전국 6위, 딸기 전국 9위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해발 500~700m 고지대에서 길러낸 이 과일들은 맛 좋기로 유명하다. 이런 농산물은 '거창몰( www.gcgcmall.net )'과, 오는 10월 1~4일 열리는 '거창한마당 축제' 등에서 싼값에 살 수 있다. '거창 한마당축제'에선 이봉주가 참가하는 사과마라톤대회, 아림예술제, 녹색 곳간 농산물대축제 등이 펼쳐진다.

거창엔 거창고·대성고 등 고교 7곳에 학생 2920명이 다닌다. 초등학생(2912명), 중학생(1936명)보다 고교생 숫자가 많다. 외지에서 오는 고교생이 많다는 얘기로, 이곳 고교들이 좋다고 소문난 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5 수능 성적 분석 결과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수능 수험생 표준점수가 높은 10곳에 거창군이 포함됐다. 거창군은 학교 밀집 지역의 거리 경관을 멋스럽게 바꾸고 문화공간·소공원을 조성하는 '아카데미 파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명품 교육 1번지'가 되려 노력 중이다.

이 덕분인지 거창군의 귀농 인구(농식품부 평가)는 경남 1위, 전국 2위(1위는 전북 완주)다. 귀농인은 2007년 51명에서 2014년 382명으로 늘었다. 최근 8년간 총 1730여명이 귀농했다. 올해 귀농인도 6월 말 현재 259명에 이른다. 4년 전 귀농한 이호영(58)씨는 "자연환경이 좋고 소득원이 될 특용 작물이 잘되는 데다 좋은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거창의 매력"이라 했다.

이런 '거창의 변신'엔 88고속도로 개통 등 접근성이 좋아진 점도 한몫했다. 오는 연말 왕복 2차로이던 88고속도로의 4차로 확장 공사가 마무리된다. 현재 공사 중인 함양~울산 고속도로가 2019년 완공되면 거창의 접근성은 더 좋아진다. 이홍기 거창군수는 "이 도로들이 완공되면 천문 우주 클러스터, 창포원, 항노화 힐링랜드, 산림레포츠파크 등이 날개를 달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