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20일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문재인 대표를 사실상 재신임키로 했다. 그러나 문 대표에 반대하는 비주류 의원과 당무위원 상당수가 연석회의 자체를 정치 쇼에 불과하다며 보이콧했다. 일단 고비는 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분란의 체질과 질서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
문 대표는 지난 11일 당의 분열상을 조기에 끝내겠다며 재신임을 받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비주류는 당을 승자와 패자로 두 쪽 내는 일이라며 무조건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문 대표는 거부했다. 문 대표는 이날 연석회의를 통해 '더 이상 대표를 흔들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날 회의가 반쪽 나면서 재신임을 받았는지 아닌지조차 애매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새정치연합의 주류·비주류, 친노·비노가 다섯 달 가까이 벌이고 있는 이 계파 싸움은 총선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는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 작은 계파 수장이라는 사람들까지 모두 뛰어들어 막말과 비아냥으로 얼룩진 싸움에 몰두했다. 당대표가 이런 명분 없는 싸움에 자리를 거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이든 다 거부하고 나오는 비주류도 뭘 하자는 것인지 스스로 설명도 못 하는 지경이다. 모든 정당에 계파가 있을 수 있고 세 싸움도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당사자들도 모르지는 않는 것 같다. 당 내부에서도 "코미디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8일 '창당 6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1955년 출범한 범야권 통합 민주당이 모태라고 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서 "100년 정당을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그러나 지금 야당은 100년 정당은커녕 당장 몇 달 앞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처지다. 20일 천정배 의원이 야권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며칠 전에는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비슷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제1 야당 지위는 유지해온 새정치연합이 오만과 착각에 빠진 결과다.
새정치연합이나 야권 신당 추진 세력들은 어떻게 해도 48%(지난 대선 때 득표율)안팎의 야권 지지층 표는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전혀 틀린 생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생각으로는 계속 국회의원 자리 유지하면서 야당 위세는 부릴 수 있을지 모르나 수권(受權)은 어려울 것이다. 야당에서 무슨 밥그릇 깨지는 소리가 나도 사람들이 별 관심이 없는 이유가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