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광주광역시 운암동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3회 임방울국악제에서 대학(전남대)과 극단(광주시립국극단) 후배 김연옥씨와 동점을 이룰 만큼 치열한 경합 끝에 대상을 차지한 마미숙(46)씨는 감격에 겨운 얼굴이었다. "임방울국악제엔 여러 차례 참가했지만, 결선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렇게 큰 상을 타게될 줄 몰랐는데, 정말 기쁩니다."

마씨가 결선에서 부른 대목은 판소리 '심청가' 중 곽씨 부인 제사지내는 대목. 갓난아기 심청을 남겨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곽씨 부인을 위해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제사를 준비하는 장면이다. "슬픈 가락의 계면조 중에서도 가장 슬픈 대목이죠. 저도 부모님을 여의고 나이 먹으면서 심봉사의 막막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 심정을 담아 결선에서도 비장하게 불렀습니다." 마씨가 "만사(萬事) 모두 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하며 구슬프게 아내의 넋을 위로하는 소리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숙연해졌다.

임방울 국악제 대상을 받은 마미숙씨는 열일곱에 소리를 시작한 늦깎이다. 그는 “마흔을 넘어서니 갓난아기를 남겨두고 세상을 뜬 곽씨 부인과 심봉사의 처지가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마씨는 소리꾼으로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열일곱에 본격적으로 소리 수업을 시작했다. "예고에 다니면서 진로를 못 정해 고민하다 뒤늦게 결심했어요. 조상현 명창께 배우면서 소리의 길을 깨우치기 시작했습니다."

전남대 국악과에 다니던 중 광주시립국극단에 들어갔다. 조역을 주로 하면서 소리와 연기력을 닦았다. '심청가'의 곽씨 부인 역도 불렀다고 했다. "여보시오, 부인네들. 우리 아기 젖 좀 먹여주오" 하며 울부짖는 목소리엔 오랫동안 바닥에서 내공을 쌓은 소리꾼의 결기가 담겼다.

보성소리축제와 송만갑 판소리·고수대회에서 각각 일반부 대상과 판소리명창부 최우수상을 받긴 했지만, 임방울국악제 같은 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마씨는 "소리 공부도 늦게 시작했고 소리꾼으로서 인정받은 것도 비교적 늦었습니다. 임방울 명창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 소리꾼으로 평생 살아갈 힘을 주셨으니까요"라고 했다.

[제23회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판소리 명창부▷대상(대통령상) 마미숙▷최우수상(방일영상) 김연옥▷우수상 김경아▷준우수상 조혜정

판소리 일반부▷최우수상 졍윤형▷우수상 이세헌▷준우수상 왕윤정▷장려상 김명진

가야금병창▷최우수상 고혜수▷우수상 이지영▷준우수상 백인선▷장려상 홍수지

기악▷최우수상 이승철▷우수상 김용성▷준우수상 심수아▷장려상 윤연성

농악 ▷대상 세한대 전통연희학과▷최우수상 김천농악단▷우수상 부안우도농악바람꽃 ▷준우수상 고창방장농악단

시조▷최우수상 엄명섭▷우수상 류영애▷준우수상 강재일▷장려상 박재우

무용▷최우수상 유해림▷우수상 김민주▷준우수상 이지영▷장려상 양서은

퓨전판소리 ▷최우수상 백현호▷우수상 유세윤▷준우수상 최재구▷장려상 전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