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외환 위기 직후 주요 대기업집단 간 '빅딜'이 성사된 뒤 처음으로 민·관 합동으로 주요 업종의 사업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업체 간 합종연횡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중국 등 경쟁국 업체에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차원이다.

허수영(롯데케미칼 사장)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은 7일 본지 통화에서 "석유화학 업종 중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P TA(고순도 테레프탈산) 분야에서 한화종합화학·롯데케미칼·태광산업·삼남석유화학 등 네 업체 간 합병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네 업체 외에 효성도 PTA를 생산 중이지만 물량을 자체 생산하는 합성섬유 원료로 쓰기 때문에 합병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PTA는 합성섬유와 페트(PET)병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로,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대중(對中) 수출로 활로를 찾아왔다. 하지만 중국이 석유화학 설비를 공격적으로 신·증설하면서 2011년부터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 업체 간 논의는 PTA 생산 시설을 합병해 한두 회사로 뭉치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업계는 자발적 사업 재편을 위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