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판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다. 북극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느라 31일(현지 시각) 사흘 일정으로 알래스카를 찾은 그는 기후변화 정책 홍보를 위해 자신이 망가지는 파격을 택했다. '생존 전문가'인 베어 그릴스〈사진〉가 진행하는 NBC방송의 리얼리티 쇼 '러닝 와일드 위드 베어 그릴스(Running Wild with Bear Grylls)'를 이곳 케나이산 엑시트 빙하에서 1일 녹화해 연말에 방송을 내보낸다.

오바마는 그릴스와 함께 알래스카 험지를 트레킹하며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전수받는다. 그릴스는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촬영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즉흥적인 일이 많을 것이고, 이번 여행에는 밧줄 하나와 두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 특수부대 중 하나인 영국 공수특전단(SAS·Special Air Service)에서 3년간 복무한 그릴스는 자기 쇼에 케이트 윈즐릿, 케이트 허드슨, 미셸 로드리게스, 채닝 테이텀 등 인기 스타를 한 명씩 출연시켜 산악이나 밀림 등의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앞서 디스커버리 채널의 자연 생존 리얼리티 쇼 '인간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에서 악어를 맨손으로 잡고, 자기 소변을 마셔 수분을 보충하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뱀과 벌레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원초적 생존 기술을 선보여 12억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 시각) 미국 알래스카주(州) 앵커리지에 있는 드나이나 시민컨벤션센터에서 열린‘빙하(GLACIER)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오바마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려는 기후변화 대책을 적극 알리기 위해서다. 알래스카는 '기후변화의 그라운드 제로'라는 말이 나올 만큼 환경 훼손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촬영지로 선정됐다. 백악관 측은 "생존법도 중요하지만, 알래스카의 기후변화 양상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물 권익 단체인 '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은 "여성 출연자에게 새끼 돼지 목을 가르게 하고, 오줌에 절인 쥐를 먹게 하는 성차별적이며 혐오스러운 쇼에 미국 대통령이 나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실제 그릴스는 여배우 로드리게스에게 본인 소변을 넣고 끓인 쥐를 먹게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