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북한에 협력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당한 독립운동가 고(故) 최능진〈사진〉 선생이 64년 만에 재심(再審)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는 27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재심에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899년 평남에서 출생한 최씨는 도산 안창호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고 해방 직후 경무부 수사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찰 내부 친일파 숙청에 앞장섰다. 1947년 서재필 박사 대통령 추대 운동을 벌인 일 등으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부각됐다. 그러다 6·25전쟁이 터진 이듬해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북한군에 부역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고 1951년 2월 총살을 당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최씨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했고, 2012년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 유족은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재판부는 "고인의 행위는 북한군의 인민 학살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담판을 짓게 하거나 민족상잔의 비극을 막기 위해 평화 호소 대회를 개최한 것이어서 국방경비법이 규정한 이적(利敵)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우리 사법 체계가 성숙하지 못한 6·25라는 혼란기에서 군사법원의 그릇된 공권력 행사로 생명을 빼앗긴 고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뒤늦게나마 이번 판결이 인격적 불명예를 복원하고 불행한 과거사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이례적인 소회를 밝혔다. 고인의 삼남 최만립(81)씨는 법정에서 "64년간 통한의 세월을 보냈는데 아버지 명예를 회복해 기쁘기 한량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