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민원의 날' 6년동안 1만명 민원 들어
"부끄럽지 않은 정치 하기 위해 할 말은 한다"…권력 실세에도 날선 비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3040 정치 뉴리더' 인터뷰에 응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5수 끝에 '서울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24살이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다. 김 의원의 재수 시절은 1987년 6월 항쟁 때였고, 친구들의 학생운동 무용담을 동경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는 운동권 써클에서 선배들의 이념교육에 가치관의 충돌을 겪었다.

대학 생활은 혼란의 연속이었는데, 그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1991년 12월 31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가 향한 곳은 사회주의의 심장부인 소련이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현실이 어떤지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소련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들어선 상황, 현실은 충격과 공포였다. 물가는 하루하루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길거리는 20대 매춘부들로 넘쳐났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깨닫게 됐다.

20대 청년 김용태는 그 후 20여년이 흘러 서울 양천구의 재선 의원이 됐다. 6년 동안 1만2000명의 민원인을 직접 만나 민원을 들을 만큼 지역구를 챙겼다. 그의 정치 목표는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는 '현실 기반'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정치하는 동안 멋진 구호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민생 정치'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원은 사실 여의도 정치셈법과는 다른 튀는 행보를 보여 왔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문고리 3인방 비선실세 의혹이 일었을 때,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 홀로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여당 의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박원순 서울시장을 맹비난했지만, 유일하게 박 시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을 여의도로 이끌어 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도 직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 전 지사는 김 의원의 서울대 선배로 운동권에서 함께 활동했다. 김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차기 총선 대구 출마를 선언하자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동안 김 전 지사가 추구해 온 길과 달라 비판했다"면서도 "누구보다 진심으로 김 전 지사의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 붕괴한 소련으로 날아간 20대 김용태, 이념 정치의 한계 느껴

-5수를 버텨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재수할 때 대학생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던 건 연애나 캠퍼스 활동이 아니었다. 대학에서 학생운동 하거나 시위하는 게 부러웠다. 1987년 6월 항쟁 때 친구들이 시위 무용담을 늘어놓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대학생이라면 역사 현장의 한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서러웠다. 학생운동은 나에게 늘 자격지심으로 남아있었다.

5수 끝에 24살이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운동권에 들어갔다. 하지만 선배들의 이념 교육은 와 닿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 엄청난 갈등을 느꼈다. 그럼 사회주의의 모국인 소련의 현실은 어떨까 싶어 1991년 12월 31일 무작정 소련으로 갔다. 당시는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생기면서 역사가 바뀌는 혼란의 시기였다. 내가 소련에서 보냈던 20일은 소련의 붕괴 과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 느꼈던 혼란은 상상을 초월했다. 20일간 물가가 100배 넘게 올랐다. 길거리엔 매춘부로 가득했는데 모스크바대 여학생들까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착잡했다. 사회주의의 심장부인 모스크바대의 학생이 단돈 20달러에 몸을 팔기 위해 길거리에 나오는 건 그야말로 비극이었다. 그때 현실과 맞지 않는 정치가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았다. 이상이 아닌 현실과 맞닿은 정치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국회의원이 돼 멋진 구호나 대단한 비전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박하더라도 지금보다 나은 내일과 미래를 만들고 싶다. 현실과 맞는 정치를 해야지 구호만 있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박근혜-이명박 무서워한들 무슨 소용…지역구 주민들이 가장 무서워”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천성이 오지랖이 넓고 복잡한 걸 싫어한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데 쉽게 말하면 푼수다. 아마 이렇게 이야기하면 집사람이 왜 그렇게 이야기했느냐고 혼을 낼 수도 있다(웃음)."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치인 대부분이 정치를 이야기할 때 큰 정책과 국가 비전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난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서울 양천구 주민들과 소속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 정치를 하고 싶다. 이 사람들은 나의 가장 중요한 준거집단이자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다. 유일하게 믿고 두려워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열심히 토론해 정책을 만드는 것도 이 사람들에게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다.

솔직히 내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무서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오직 양천구 주민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만 바라보고 정치를 한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게 나의 정치적 소신이다. 이를 지키려고 한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

"나의 정치적 화두이자 제일 중요한 이정표는 지역 주민들이 던져준다. 바로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느냐'란 말이다. 법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문제점을 바로 잡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민원의 날’ 때 한 대리기사가 찾아 왔다. 그 대리기사가 주차하다 대형 수입차인 아우디를 긁고 말았는데 수리비가 1000만원이 넘게 나왔다. 대리기사가 차주에게 빌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무슨 수로 이 많은 돈을 감당할 수 있겠나. 그때 그분이 한 이야기가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느냐'는 거다. 한참 알아보니 그 분 말이 맞았다. 재판까지 갔는데 판결은 수리비와 차량 대여비로 400만원만 줘도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사례로 수입차 차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보험료율 산출 방식을 현실에 맞게 고쳐보려고 한다. 끝까지 해내고 말겠다."

‘민원의 날’은 김 의원이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 지역 민원을 듣는 시간이다. 18대 국회의원 시절 2010년부터 격주 토요일, 한 달에 두 번씩 6년째 진행하고 있다. ‘민원의 날’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벤치마킹 할 정도로 우수 의정활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민원의 날’에 대해 어떤 자부심이 있나.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이 지났을 때 지방선거가 치러졌는데 우리 당이 참패했다. 그때 이 동네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민원의 날 행사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처음엔 주위 사람 모두 말렸다. 결국 민원에 허덕이다 임기가 끝날 거란 말들이 있었고, 국회의원이 한다는 게 고작 민원처리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진행하는 동안 숱한 위기를 느낀 게 사실이다. 터무니없는 주장과 억지, 지극히 사소한 민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6년째 진행해 오면서 받은 민원 건수가 5500건, 민원인만 1만2000여명에 이른다. 이 많은 사람과 사례를 접하다 보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의 축소판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 보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처리하는 과정이나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됐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을 조절하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이다. 이 본질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

-반대로 정치인으로서 느꼈던 한계는.

"정치하면서 적어도 쪽팔리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내 언행을 모두 보고 있는데 권력자 눈치 본다고 정치 소신을 밝히길 꺼린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내가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눈치를 볼 이유가 있나. 지역구 주민들과 내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발언할 때 돌이켜 보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사실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치는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일인데 이 부분을 간과한 것 같다. 조금 더 비판적으로 보자면 독선이고 고집일 수 있다. 초선 때는 뭣 모르고 했지만, 재선 때는 다른 이와 어울리면서 이끌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놓쳤다. 반드시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 장점은 전통, 단점은 민심 이해능력 부족…당내 긴장감 높여야

-새누리당의 장점을 꼽자면.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전통이 있다. 소수의 특권층만 대변한다고 비난 받지만, 나라 전체를 이끌어가는 실력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오랜 시간 쌓은 전통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새누리당은 역사를 단면만 보지 않는다. 연속성을 들여다 본다. 이 점에서 현실을 인식하고 유지될 수 있게 공동체를 이끌어 간다.

예를 들어 새정치연합에선 늘 재벌개혁을 이야기한다. 물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나 롯데그룹 사태를 보면 재벌도 혼나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답은 아니다. 대기업 경제 구조가 한 번에 무너지면 우리나라 경제의 70~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도 함께 망한다. 대기업의 약탈적 구조는 바로 잡아야 하지만, 자칫하단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나라를 끌고 가려는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점을 들 수 있나.

"이 부분은 세게 이야기하겠다. 솔직하게 말하면 새누리당은 염치가 없다. 그리고 당내 긴장감이 없다. 새누리당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이 너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래도 '공천=당선' 지역이 새누리당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이렇다 보니 새누리당은 선거에 대한 긴장감이 확연히 떨어진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세대 요소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또한 우리 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긴장감이 없다 보니 염치도 없다. 새누리당은 당선되기 쉬운 지역에서 뽑힌 의원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다. 이들이 당의 방향, 이념을 정해 버린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공동체와 국가를 어떻게 이끌지 논의해야지 이념에 맞춰 국가를 운영해선 안 된다.

특정 지역만 의존하면 민심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민심은 늘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긴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에 대한 노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어떤 부분에서 지역 간 벽을 느꼈나.

"말이 나온 김에 메르스 사태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메르스는 지역적 문제와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닮았다. 주류와 비주류 간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

메르스는 정보공개에 대한 판단 자체를 잘못해 벌어진 일이다.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은 거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한 마디로 국민을 믿지 못한 거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 불안을 조장했다고 비난만 했는데 현장에서 보면 민심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국민은 벌벌 떨고 있는데 ‘왜 불안해하느냐’고 몰아붙인 것이다. 과잉조치를 해도 모자란데 과소조치한 거다. 정부가 가장 잘못한 건 국민 신뢰와 협조를 구하지 않은 거다. 반대로 박 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어떻게 보면 성공한 거다. 이 점은 우리가 반성하고 민심을 얻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변해야 하나.

"새누리당이 설정하는 방향은 더디거나 매력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공동체 전체를 끌고 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채우기 위해선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야 한다.

현장에 나가면 새누리당은 특권층 편만 든다고 혼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도 서민층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금융산업, 인식부터 바꿔야 성장…규제 풀어 무한경쟁 체제 만들어야

-정무위 여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느낀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곳은 법조계, 의료계와 금융계다. 이들 분야가 우리나라 인재들을 모두 데리고 간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너무 뒤처진다. 외국에서 우리 금융 산업을 르완다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우리만 모르고 있다. 현저히 낮은 금융산업 경쟁력을 시급히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산업을 대하는 인식 자체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두 영역이 충돌한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과 엄청난 규제 탓에 금융회사가 영역을 확장할 수 없다는 두 가지 인식이 부딪친다. 이처럼 국회 안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붙어 있다 보니 금융산업에 대한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금융회사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규제를 풀려고 하면 소비자보호 문제에서 가로막힌다.

또 다른 문제는 금융회사를 아직도 금융기관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은 말 그대로 정부다. 금융위원회가 있고 이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이 있다. 금융회사는 금융기관과 달리 일종의 규율 안에서 자율적으로 경쟁하는 곳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완벽한 자본수요 초과국가였다. 정부가 금융권을 쥐어 잡고 영역을 정확히 나눠 줬다. 은행과 보험, 증권, 카드, 저축은행 등 분야별로 구역을 지정했고 돈을 버는 방법까지 정해놨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2000년대부터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쌓아 두기 시작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니 자본공급 초과상태로 바뀌어 금융회사가 아니면 돈을 빌릴 수 없는 저신용자나 자금 여력이 없는 부실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게 됐다.

금융 기득권을 고치려고 해도 저축은행,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거치며 금융권에 대한 개혁 작업을 이루지 못했다. 금융권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무차별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현재 그나마 돈을 잘 굴리는 금융회사가 시중은행이다. 국내에서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외국 금융사와 경쟁해야 한다. 외국 금융사와 맞붙으면 밀리기 때문에 안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언제까지 안에 가둬둘 수는 없다. 국회가 금융권을 둘러싸고 있는 규제를 혁파해 새로운 판을 열어줘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모든 금융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빅데이터 시대를 열어야 한다. 예전처럼 담보 잡고 굴리는 방식만 고집해선 안 된다. 금융회사들이 신용정보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계량정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신용평가를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무조건 못하게 해선 안 된다. 일단 시행을 하고 잘못 사용한 경우에는 그것에 맞게 벌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면 된다."

-김영란법을 추진한 과정을 설명해 달라.

"솔직히 말해 사실 처음 이 법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영란법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문화를 바꾸자는 거다. 간략히 말하자면 이 법은 아무리 친해도 밥값은 각자 내고 돈은 절대 받으면 안 된다, 범위를 넓히면 가족들까지 모두 얻어먹지 말라는 거다. 더치페이 문화를 받아들이자는 거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형법이 적용되지 않아 형법의 특별법을 만들게 됐는데 이런 법을 가진 나라를 찾을 수 없었다.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안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사례가 없어 하기 힘들었다."

-미비점에 대해 보완하거나 개정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나.

"보완을 해야겠지만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자칫하면 너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부분은 국민권익위원회가 현실을 고려해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어려운 작업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적용 범위에 대해선 헌법소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봐야 한다. 결과가 나온 뒤 논의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