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2016 KBO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 24일 열렸다. 1차 지명 선수 10명에 이어 2차 지명 선수 100명을 뽑는 자리로 KBO리그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 선택받는 자리였다. 10개 구단들은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무엇이 필요한지 전략을 짜고 임했다. 10개 구단의 고민이 드래프트 전략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삼성
투수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김승현과 이케빈을 품에 안으며 성공작이었다는 평가다. 우완 정통파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김승현과 이케빈의 영입은 큰 힘이 될 듯. 김승현은 대학야구 투수 가운데 랭킹 1위. 오승환(한신)과 비슷한 유형이다. 최고 153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 스타일. 불펜 투수로 최적화된 선수라는 게 구단 측의 설명이다.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유급 경력이 있는 대졸 미필 투수라는 점과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게 단점.
스카우트팀 책임자는 1차 지명 때부터 김승현을 고집해왔다. 과거 오승환을 지명하며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이후 성공작을 내놓지 못했고 삼성 외인 잔혹사의 대명사와 같은 에스마일린 카리대의 영입을 주도한 전례가 있다. 대박일지 쪽박일지 지켜볼 일. 이케빈의 영입은 최대 성과. 류중일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이케빈이 눈에 띈다"고 했었는데 지명에 성공했다. 150km 안팎의 직구의 위력이 돋보이며 투수 경력이 짧아 어깨가 싱싱하다. U-대회 대표팀 출신 이성규(인하대)와 우타 거포 황선도(대전고)의 지명도 성공적.
▲ 넥센
'투수에 올인'. 넥센의 2016년 드래프트 전략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문구다. 넥센은 팀 마운드의 미래 자원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이번 드래프트에서 고졸 투수를 대거 지명하는 행보를 선보였다. 넥센은 1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모두 고졸 투수를 지명했으며 그 과정에서 성남고 안현석, 동산고 안정훈과 최민섭 등 상위 지명이 예상됐던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차례로 지명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 중이다. 될성 부른 떡잎들을 미리 영입, 팀에서 키워가며 성장시키기에는 차라리 고졸 선수가 낫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안현석을 과감하게 지명한 것은 눈에 들어온다. 안현석은 이번 드래프트 고졸 최고 투수 중 하나였으나 올해 부상으로 1경기 밖에 뛰지 못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넥센은 안현석에 대해 이미 1학년 때부터 면밀히 관찰했고 부상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안현석이 부상을 털어버린다면 넥센은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을 잡을 수 있다. 고졸 투수만 총 7명을 선발, 역시 앞으로 이 선수들을 얼마나 체계적인 틀 속에서 키워갈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 NC
투수 족에서는 즉시 전력보다 미래에 포커스를 맞췄다. 1라운드에 지명한 시카고 컵스 출신 우완 정수민은 어깨 부상에 대한 우려에도 과감하게 지명했다. 지난 3월 제대 후 꾸준하게 훈련하는 것을 면밀히 체크한 결과 부상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수민 외 최성영(설악고) 김한별(유신고) 그리고 최상인(진흥고) 김준현(공주고) 등도 고교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미래의 자원들이다. 적응기가 필요한 해외파와 4명의 고졸 투수까지 당장 내년 시즌보다 1~2년 충분히 적응기를 보내면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야수 쪽은 즉시 전력이 가능한 선수들 위주로 뽑았다. 4라운드 이재율(영남대)은 올해 대학선수 중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김경문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야구에 부합하는 자원. 대수비 또는 대주자 요원으로 1군 즉시 전력 투입을 기대한다. 이외에도 김찬형(경남고) 조원빈(홍익대) 최재혁(성균관대) 등 내야수도 3명이나 지명했다. NC의 내야가 비교적 탄탄한 편이지만, 외야에 비해 군미필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보강이 필요했다. 투수 쪽에 비해 야수 쪽에서 즉시 전력을 뽑은 이유다.
▲ LG
일차적으로 투수를 바라봤지만, 지난 몇 년처럼 특전 포지션을 강화하거나, 특정한 유형의 선수를 뽑는 모습은 아니었다. 특별한 컨셉 없이, 매 라운드에 충실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LG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은 1라운드에서 뽑은 유재유를 두고 "신체조건도 좋고 팔스윙도 길고 부드러운 투수다. 고등학교 무대에서 146, 147km까지 나오고 있는데 프로 입단 1, 2년이 지나면 150km 이상을 찍어줄 것이라 보고 있다"며 "1차 지명한 김대현이 정찬헌과 비슷한 스타일의 투수라면, 유재유는 선발투수가 더 어울릴 것이라 본다. 유재유는 선발투수로, 김대현은 마무리투수로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둘의 재능이라면 향후 LG 마운드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 팀장은 다음 라운드서 지명한 야수들에 대해선 "2라운드에서 지명한 김주성은 이번 드래프트 유격수 중에는 최상위권에 있는 선수다. 발도 빠르고 야구에 대한 센스가 있다. 여러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3라운드에서 외야수 홍창기를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홍창기의 타격과 힘을 굉장히 인상 깊게 보곤 했다"면서 "4라운드에서 뽑은 김기연도 기대된다. 일단 김기연은 지금 당장 뛸 수는 없는 상태다. 팔꿈치 수술이 필요한데 정상적인 몸 상태라면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두산에 있었을 때 뽑은 양의지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그만큼 부드럽고 기본기가 잘 되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LG는 투수보다는 야수 위주로 드래프트를 했다. 그만큼 투수진보다는 야수진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투수도 절실하다. 특히 2군에는 경기에 나설만한 투수가 부족하다. 그만큼 1차 지명 김대현과 1라운드 지명 유재유의 성장이 중요해졌다. 이외에도 내야수 김주성 외야수 홍창기 포수 김기연 등이 이천에서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지켜볼 부분이다.
▲ SK
최근 몇 년간 투수 쪽 선발에 주력했던 SK는 투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올해는 10장의 지명권 중 무려 8장을 야수에 할애했다. 현재 마운드 사정이 나쁜 편이 아니고 최근 지명한 선수들로 예비 전력 또한 어느 정도 확충이 되어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처음부터 야수를 많이 선발하겠다는 전략 속에 이번 드래프트에 임했으며 구단에서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뽑은 서울고 임석진은 SK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다. 1,3루를 모두 볼 수 있는데 초고교급 파워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주 포지션이 3루라 최정과 다소 겹치기는 하지만 임석진의 잠재력을 놓치고 갈 수 없었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SK는 기존 야수 중 발이 빠르고 컨택 능력이 장점인 젊은 선수들은 더러 있었지만 장거리포 유형의 선수가 별로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임석진이 히든카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3라운드에서 뽑은 안상현은 재간둥이 유형의 야수로 역시 SK에서 만족스러워하고 있는 픽이다. 여기에 4라운드에서 동산고 출신 투수 김찬호를 뽑았는데 SK는 "김찬호가 4라운드까지 내려올 줄은 몰랐다"라고 크게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 두산
지명 대상자 중 투수 자원이 부족해 야수로 눈을 돌렸다. 1라운드에서 뽑은 외야수 조수행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할 가능성이 있는 정수빈과 유사한 스타일이다.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발이 빨라 도루 능력을 갖춘 동시에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도 좋아 잠실에서 뛰기 적합하다. 팀 내 최고 유망주인 김인태(경찰청)가 복귀할 예정이지만 시즌 후 FA 김현수의 거취, 40인 외 지명(2차 드래프트) 등의 결과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즉시 활용 가능한 외야수를 선발했다.
1군 불펜에서 뛸 우완투수가 없는 것이 현재 팀의 약점이지만, 이번 2차지명에서 뽑은 10명 중 투수는 좌완과 우완, 사이드암 1명씩 총 3명이 전부다. 하지만 1차지명에서 전국 최대어 이영하를 얻어 질적으로는 괜찮은 편. 3라운드에 뽑은 사이드암 고봉재는 이른 시일 내에 1군에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내야와 외야에 걸쳐 전체적으로 대졸 선수들을 많이 선택했고, 먼 미래를 위해 2라운드에 유격수 황경태, 4라운드에 거포 체형의 외야수 홍성호를 지명한 부분도 눈에 띈다.
▲ 롯데
투수보강에 초점을 맞춘 지명이다. 롯데는 그동안 꾸준히 투수진 세대교체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롯데 역시 팀의 미래를 위해 그부분을 가장 고심해왔다. 일단 1라운드에서는 즉시전력감 좌완투수를 원했는데, 한승혁은 그래서 뽑힌 케이스다. 다소 이른 순번에 한승혁의 이름이 호명됐는데, 롯데는 2라운드까지 가면 한승혁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 전체 4번으로 한승혁을 지명했다. 야수는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수집했다. 나경민과 이석훈은 도루능력을 갖춘 툴플레이어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승혁은 신장 189cm에 90kg으로 뛰어난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 안정적인 투구폼에 지금은 142km까지 직구를 던진다. 여기에 두 가지 종류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을 구사한다. 고졸 좌완투수지만 이른 시간내에 쓸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이라는 구단 자체평가도 있다. 좌완투수가 필요했던 롯데는 전체 10명의 지명자 가운데 5명을 좌완으로만 지명하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야수 3명 모두 좌타자이며, 발이 빠르고 작전수행능력이 좋다.
▲ KIA
1라운드에서 지명한 최원준은 당초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최대어 중 하나였다. KIA는 작년 황대인에 이어 2년 연속 1라운드에서 고졸 내야수를 선택했다. 투수 보다는 내야수 보강이 최우선이라는 팀내 사정 때문이었다. 김선빈과 안치홍의 군입대로 1군에서 쓸만한 젊은 내야수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최원준은 안치홍의 서울고 7년 후배이다. 안치홍의 고교시절과 흡사한 뛰어난 타격에 주루까지 갖춘 호타 준족이다. 그래서 제 2의 안치홍으로 성장하기를 기대받고 있다. 수비력이 관건이지만 빠르고 강한 타자를 좋아하는 김기태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주전으로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KIA는 이어 투수력 보강을 위해 세광고 우완 투수 남재현, 휘문고 좌완 투수 정동현, 상원고 우완 투수 전상현, 건국대 우완 투수 서덕원을 차례로 지명했다. 이후 선린고 우투우타 외야수 이진영, 선린고 우투좌타 내야수 김규성을 호명했고, 동성고 우투좌타 포수 신범수, 성균관대 우완 투수 노유성, 휘문고 우투우타 외야수 이승우, 광주일고 우투좌타 내야수 류승현을 지명했다. 외야와 내야수에 이어 포수까지 두루 뽑았다. 대학생은 2명만 뽑았다. 김지훈 KIA 스카우트 팀장은 지명을 마치고 “전체적으로 만족한다. 내야수와 투수 보강에 초점을 맞췄고, 비슷한 실력이라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고졸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했다”라고 밝혔다.
▲ 한화
투수는 대졸, 야수는 고졸이라는 큰 틀에서 드래프트 전략을 짰다. 투수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졸 선수를 필요로 했다. 일찌감치 1라운드 지명 후보자였던 사이드암 강속구 김재영(홍익대) 외에도 권용우(동의대) 염진우(디지털문예대) 김찬균(연세대) 방윤준(단국대) 모두 대졸 투수로 최대한 단기가 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뽑았다. 군제대를 앞둔 좌완 투수 김용주·김경태의 복귀를 감안, 염진우를 제외한 4명이 우완이자 사이드암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야수 쪽에서는 한화의 전통적인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는데 중점을 뒀다. 고교 넘버원 중견수 이동훈(상원고), 내외야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장진혁(단국대), 170cm 작은 체구에도 다부진 강상원(북일고) 모두 베이스 하나를 4초 내에 주파하는 주력을 갖췄다. 김태연(야탑고)은 장타력을 갖춘 3루수 자원으로 장기 육성 후보. 여기에 매년 뽑아왔던 포수를 올해도 어김없이 추가했다. 청소년대표 박상언(유신고)을 뽑아 포수 세대교체도 준비했다. 발 빠른 외야, 장타자 3루수, 걸출한 포수로 약점들을 채웠다.
▲ kt
올 시즌 마운드 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투수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1라운드 선택은 해외 유턴파인 우타 거포 내야수 남태혁(24)이었다. 남태혁은 2009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으며 4년 간 루키 리그에서 뛰었다. 하지만 제물포고 시절 보여줬던 거포 본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2012년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kt는 트라이아웃에서 남태혁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향후 몇 년간 나오기 힘든 우타 거포 자원으로 판단. 미래 중심타선을 책임져줄 재목으로 생각해 1라운드서 지명했다.
이후에는 철저하게 투수 위주로 지명했다. 10명의 선수 중 8명을 투수로 뽑았다. 우완 투수 5명, 좌완 투수 3명을 지명했고, 고졸 투수 5명, 대졸 투수 3명으로 균형 있는 선택을 했다. 즉시 전력감 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kt 스카우트 팀의 설명. 조찬관 kt 스카우트 팀장은 "투수들은 발전 가능성을 보고 지명했다. 올 시즌 야수진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기 때문에 투수를 많이 뽑았다"라고 말했다. /baseball@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