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있을 겁니다. 소설가 이응준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건 그 사람의 우주를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썼더군요. 삶은 유한하지만 리스트는 무한한 법. 우리의 리스트를 지켜봐 주십시오./ 어수웅 기자
인기 절정의 셰프 최현석은 알고보면 만화 ‘덕후’다.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의 총괄셰프, 방송 출연, 강연 등으로 정신없지만, 짬만 나면 직접 만화 가게를 찾는다. 웹툰은 성에 차지 않고, 쉴 때는 가장 편한 자세로 직접 만화책을 손에 들고 봐야 한다. 좋아하는 만화책은 ‘전권 소장’이 원칙. ‘북두신권’ ‘드래곤볼’이 대표적이다. 그에게 내 인생의 만화를 물었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독서 시간은 언제나 저녁이다. 예닐곱 시쯤 하루 연습을 마치고 나면, 전날 접었던 책의 페이지를 다시 펼쳐든다. "독서를 통해 삶과 고통, 선악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그의 '독서 예찬'은 어쩌면 구도자의 모습과도 닮았다. 연습을 마친 뒤 습관처럼 꺼내 드는 책 5권을 그에게 물었다.
훌륭한 예술가의 뒤편에는 그의 재능을 일찍 알아보고 격려해준 스승이 있게 마련이다. 엊그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인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도 그런 경우다. 신수정 전 학장은 폭넓은 독서와 여행, 음악회 참석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눈높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교수법(敎授法)으로 유명하다. 그가 젊은 예술가들에게 권하는 책 5권은 무엇일까.
‘1박2일’을 통해 이른바 ‘야생 버라이어티’류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 나영석 PD.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로 영역을 해외로 넓히더니 요즘은 시즌마다 ‘삼시세끼’를 성공시키며 시골 정착형 힐링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프로그램 제작에 아이디어를 준 책 5권을 물었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원작을 읽고 싶은 마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외화를 번역하는 외화번역가의 마음은 어떨까.
지금까지 500여편의 영화를 번역하고, 지금은 '쿵푸팬더3'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미도에게 물었다. 신 스틸러는 명품 조연에게 붙이는 별명. 그렇다면 당신의 마음을 훔친 심 스틸러 원작소설 5는 무엇인가.
이준익 감독은 자신의 삶 자체가 롤러코스터 시대극이다. 미대 출신으로 충무로에 들어와 극장 간판 그리는 일부터 시작했고, 홍보면 홍보, 기획이면 기획, 외화 수입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한때 충무로에서 가장 빚 많은 수입업자 시절도 있었지만, "빚은 질 수 있다. 하지만 빚지고 게으르면 나쁜 놈"이라는 세계관으로 이겨냈다.
'왕의 남자' '황산벌' '평양성'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그가 연출한 사극은 삶의 희극과 비극을 모두 담아낸다. '사도'의 흥행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이준익 감독에게 물었다. 당신의 세계에 영감을 준 역사서는 무엇이냐고.
영화감독 곽경택에게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직함이다. 출세작 '친구'에서 이번 신작 '극비수사'까지 부산을 고집하고 있는 이 부산 사나이의 도서 리스트가 궁금했다. 충무로에서 고지식하다는 이야기는 실례일 수도 있지만, 그 우직함이 곽경택 영화의 듬직한 매력일 수도…. 이 리스트에도 어떤 우직함이 있다.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을 만든 김대우 감독은 충무로의 1급 시나리오 작가였다. '정사'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가 그의 각본이다. '로빈슨 크루소'만 500번 읽었다는 활자 중독자. 동업자를 배신하게 만드는 질문이라면서도 김 감독은 "'보기'로는 따라갈 수 없는 '읽기'의 힘이 무엇인지 통렬하게 과시하는 예"라며 다섯 가지 소설을 꼽았다.
김창완이 지닌 동심의 기원이 궁금했다. 매일 아침 자신이 쓴 동시를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내는 사람. 시인 박철이 그 문자 메시지 시편을 묶어 동시 전문지에 발표한 게 벌써 2년 전이다.
그의 침대 머리맡 책꽂이를 본 적이 있다. 책벌레였다. 중국 위화의 산문집부터, 동인문학상 수상 소설가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까지. 그중 시집만 20여 권이었다.
이번 주 '당신의 리스트' 주인공은 연극배우 손숙. 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2013)의 출연 배우 대기실에서, 공연을 코앞에 두고 책을 읽고 있는 주연 배우 손숙을 목격한 적이 있다. 틈만 나면 읽는 이 배우의 취미는 책 선물. 읽고 나서 좋았던 책을 여러 사람에게 선물한다. 책 좋아하는 노배우의 '설날 선물하고 싶은 책' 5권이다.
영화 '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 대학교 2학년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윤 감독은 이 영화를 바쳤다. 주인공 덕수는 실제 윤 감독의 선친 이름. 그가 '아버지와 함께 읽고 싶은 책' 5권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