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이대호 기자] 1회 1번타자부터 9회 9번타자까지 27명의 타자만 상대하며 경기를 매듭짓는 퍼펙트게임. 아직 KBO 리그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그런데 공을 하나도 안 던지고 승리투수가 되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0구 승리투수'다. 이 역시 KBO 리그에서는 단 한 번도 안 나왔다.

'0구 승리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2번밖에 안 나온 진귀한 기록이다. 190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닉 앨트락이 한 번 했고, 비교적 최근인 2003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B.J. 라이언도 투구수 0개로 승리를 챙겼다.

물론 공을 하나도 안 던지고 승리투수는 될 수 없다. 단지 '투구수'가 0개는 될 수 있다. 바로 견제로 주자를 잡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2사 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을 해 포수에게 공을 하나도 안 던지고 견제구로만 주자를 잡아야 한다. 이닝교대 후 팀이 결승점을 내고, 다음 수비에서는 바로 교체되면 진기록을 위한 준비는 끝난다.

역시 가장 어려운 건 견제로만 타자를 잡아내는 것이다. 19일 사직 롯데-LG전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나올 뻔했다. 2-2로 맞선 상황, LG는 5회말 2사 1루에서 선발투수 김광삼을 빼고 진해수를 투입했다. 진해수는 올라오자마자 1루로 견제구를 던졌고, 도루를 시도했던 1루 주자 손아섭은 꼼짝없이 아웃을 당했다. '0구 승리투수'를 위한 가장 어려운 고비는 넘긴 진해수다.

그렇지만 나머지 조건들은 달성하지 못했다. 괜히 어려운 기록이 아닌 것이다. LG는 6회초 선두타자 서상우가 안타로 출루하며 결승득점을 노렸지만 후속타 불발로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진해수 역시 6회말 등판해 1이닝을 소화, 투구수 10개를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KBO 리그 공식 '최소투구 승리투수'는 1구다. 공 1개만 던지고 승리를 챙긴 선수는 모두 14명이 있었다. 조건은 쉬운 편이다. 2아웃에서 등판, 초구를 던져 아웃카운트를 잡고 바로 다음 공격에서 팀이 결승점을 내면 된다. 곧바로 교체가 되는 건 필수다. 1990년 김청수(롯데)가 빙그레전에서 처음 달성했고, 2013년 봉중근(LG)이 SK전에서 한 게 마지막이었다. 1구 승리투수는 2013년에만 3명이 나왔고, 공교롭게도 모두 상대팀은 SK였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