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는 지난 6월부터 A아파트 단지가 속한 9통 통장(統長)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세 차례나 냈다〈사진〉. 1, 2차 공고에도 지원자가 나오지 않다가 지난달 3차 공고 때 지원자 1명이 나타났다. 주민센터 직원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다니며 "통장 할 만한 분을 구해달라"고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지원자를 '모신' 것이다. 아파트 7개동(棟)에 1600여가구가 입주한 이 단지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올해 이 아파트에 신혼집을 차린 서모(33)씨는 "두 달째 통장 자리가 공석이라는 얘길 듣고 지원하려 했지만, 아내가 '귀찮은 일을 왜 사서 하느냐'고 핀잔을 줘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지방행정 체계의 가장 말단에 있는 통장과 반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지역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과 관청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온 통장과 반장.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통·반장 지원자가 없어 애를 먹을 정도다.

1994년까지만 해도 새로 이사 온 주민들은 통·반장에게 전입신고서를 들고 가 도장을 받았고, 지금도 민방위 소집 통지와 전입 주민들의 실제 거주 확인 등의 업무를 통·반장들이 맡고 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늘고 온라인 민원 처리가 활성화하면서 예전에 서로 하려 했던 통·반장이 이제는 서로 안 하려는 '기피 감투'가 된 것이다.

현재 서울시의 통장 정원은 1만2552석. 이 가운데 1만2148명이 통장 업무를 수행해 공석(空席)률은 3%였다. 한 달에 장학수당 20만원씩 받는 통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자치구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1년에 5만원 정도 받는 서울시의 반장 정원은 9만5738석인데 이 가운데 7만6789명이 실제 반장으로 활동해 공석률은 20%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웃끼리 교류가 활발하던 예전에는 통·반장이 지역 주민들을 이끌고 관리했지만, 요즘은 '행정 보조'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통·반장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반상회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치구의 소식을 전달하고 민원 창구 기능을 했던 반상회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자치구 소식을 알고 싶거나 민원을 넣고 싶으면 주로 구청 홈페이지를 이용한다. 현재 서울시는 반상회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통·반이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상회 참여율이 저조하자 노원구의 한 아파트는 반상회 불참자에게 벌금을 매기고 참석자에게 쓰레기봉투를 나눠주는 '당근과 채찍' 제도를 시행했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주민들이 "왜 법적 근거도 없는 벌금을 내야 하느냐"며 반발했다.

아예 온라인으로 반상회를 대체한 자치구도 있다. 송파구는 2012년부터 트위터에 소식을 올려 반상회를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 청구동은 네이버 '밴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반상회를 연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도 반상회가 제대로 활성화되는 곳은 드물다. 서대문구는 2012년 트위터 반상회를 도입했지만 참여자가 적어 온라인 반상회를 아예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