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명, 이하 어벤져스2)에 이어 올해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됐다. '암살'은 개봉 2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국내 개봉 영화로는 16번째 1000만 영화이고, 한국영화로는 12번째 1000만 영화다.
2003년 12월24일 개봉한 ‘실미도’나 2004년 2월 5일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 12월29일 개봉한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모았을 때만 해도 1000만 영화는 ‘불가능한 숫자’로 통했다. 하늘이 도와줘야 가능한 관객수가 바로 1000만이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1000만 영화는 더 이상 '꿈의 숫자'가 아니라 '대박영화'의 기준이 돼버렸다. '괴물'(2006) '해운대'(2009), '아바타'(2009)를 거쳐 2012년 '도둑들'을 기점으로 1000만 영화의 의미가 달라졌다.
'도둑들' 이전만 해도 한국전쟁이나 한국적 정서 등 한국사회의 특수성이 반영된 영화의 소재나 내용, '아바타'처럼 최첨단 영상기술이라든지 '해운대'의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된 한국 최초의 재난영화 등 화젯거리가 뒷받침돼야 1000만 관객을 모을 수 있었으나 '도둑들'을 기점으로 '순수한 오락영화의 1000만 시대'가 열렸다. 2012년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부터 2013년 ‘7번방의 선물’ 그리고 2014년 ‘변호인’ ‘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까지 지난 3년간 무려 7편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1000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해운대' '아바타'를 홍보마케팅한 신유경 영화인 대표는 "흥행의 기준이 기존 500만명에서 1000만명으로 높아졌다"며 "그만큼 영화시장이 커졌다"고 짚었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기존의 1000만 영화가 ‘구경’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유행소비’로 자리잡았다"며 “다양성 영화의 극단에 선 영화가 1000만 영화지만 성별과 연령에 있어 다양한 관객이 집결하는 영화가 1000만 영화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가 상영될 당시만 해도 주 관객층인 20, 30대가 영화를 본 뒤 부모를 모시고 극장에 가는 ‘구경’ 형태였다면 지금은 2대나 3대 가족이 처음부터 ‘유행하는’ 1000만 영화를 보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멀티플렉스가 전국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영화를 보는 관람층도 10대부터 70대까지 넓어지면서 1000만 관객을 모으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잘되는 영화에 더 많은 스크린수를 배정하는 멀티플렉스의 생리가 작동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김형호 분석가는 “1000만 영화가 시장을 독식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2013년부터 영화관객 2억명 시대가 열린데서 알 수 있듯 시장 자체가 매우 커졌다”고 말하면서 ‘암살’을 예로 들었다.
‘암살’은 역대 1000만 영화 중에서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한 기간이 제일 짧은 8일에 불과하다. 2012년 여름 시즌 1000만명을 모은 '도둑들'의 25일, 2014년 여름 시즌 1000만 영화인 '명량'의 23일과 크게 비교된다.
김형호 분석가는 “‘미션 임파서블’ ‘베테랑'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암살'은 역대 1000만 영화 중에서 가장 경쟁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성적을 거뒀다"며 “이는 6월에 메르스 여파로 관객수가 빠지면서 관객이 7,8월에 몰린 영향도 있다. 또 '미션 임파서블' '베테랑'이 ’암살‘의 러닝메이트가 됐다는 점에서 '암살'에 이어 ‘베테랑’의 1000만 돌파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숫자로 본 역대 1000만 영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 역대 1000만 영화의 평균 관객수는 1237만6834명. 평균 매출액은 911억2319만6058원, 평균 관람요금은 7362원. 이때 평균관람요금은 매출액/관객수로 환산.
◇ 역대 관객수 및 매출액 1위는 ‘명량’. 관객수 최고 ‘명량’(1761만명)과 최저 ‘인터스텔라’(1027만명)의 차이는 733만6340명. 매출액 최고 ‘명량’(1357억원)과 최저 ‘실미도’(704억원)의 차이는 650억3102만620원. 매출 순위가 관객 순위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관람요금 인상 때문. ‘아바타’가 관객순위는 3위지만 매출순위가 2위고 ‘인터스텔라’의 관객 순위는 15위나 매출순위가 10위인 것은 3D나 아이맥스 상영 등 프리미엄 상영관 요금이 반영된 결과다.
◇ 역대 평균관람요금 1위는 ‘아바타’(9428원). 최고 ‘아바타’와 최저 ‘괴물’(6111원)의 차이는 3317원. 최초 ‘실미도’(6354원)와 '암살'을 제외한 최근작 ‘어벤져스2’(8441원)의 차이는 2087원. ‘암살’의 매출액은 8월11일 기준 이미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의 기록을 돌파했다. 평균관람요금은 관객수가 많아질수록 더 낮아진다.
◇ 역대 평균 1000만 돌파 상영일수는 36일. 최단기간 상영일수는 '명량'의 12일. 최단 '명량'과 최장 '왕의 남자'의 차이는 54일.
◇ 1000만 영화의 역대 평균 1위 상영일수는 30일. 역대 최장 1위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50일. 최단 1위는 '겨울왕국'의 20일. '암살'의 1위 총 횟수는 8일로, 최단 1위 상영일수 기록 갱신.
◇ 역대 1000만 영화의 지역비율은 서울 27.1%, 지방 72.9%. 서울 강세 영화는 ‘인터스텔라’(서울 30%)를 비롯해 ‘태극기 휘날리며’(29.9%) ‘왕의 남자’(29.8%), ‘실미도’(29.5%), ‘아바타’(29.3%), ‘겨울왕국’(29.2%) 순.
지방 강세 영화는 ‘국제시장’(지방 77.3%), ‘명량’(76.4%), ‘7번방의 선물’(76%), ‘해운대’(75.6%), ‘변호인’(73.8%), ‘도둑들’(73.3%), ‘어벤져스2’(73.1%), ‘광해, 왕이 된 남자’(72.8%), ‘괴물’(72.6%)순으로 나타났다. ‘암살’은 8월11일 기준 서울 23.9%, 지방 76.1%로 지방 강세.
◇ 역대 1000만 영화의 평균상영시간은 134분. 최장상영시간은 ‘인터스텔라’의 169분, 최단상영시간은 ‘겨울왕국’의 108분. ‘암살’은 140분으로 평균시간보다 6분이 더 길다.
◇ 1000만 영화의 최다 관람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명량’으로 총 8편. 12세 이상 관람가는 총 6편. 전체관람가는 ‘겨울왕국 1편. ’암살‘은 15세 이상 관람가.
◇ 1000만 영화 배급사는 총 7곳. 씨제이이앤엠(주)이 4편으로 가장 많으며, 총 관객수도 5554만1892명으로 가장 많음. ‘암살’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쇼박스도 4편으로 총 편수에서는 씨제이이앤엠(주)과 동일(이상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공식통계 자료를 기준으로 영화시장분석가 김형호가 분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