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여야 정치권에서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진정한 광복인 통일을 국민통합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본지 통화에서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일관성 있고 현실 가능한 하나 된 통일 정책을 정치권 전체가 제대로 논의해야 할 때"라며 "여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정치권이 합심해 그 선도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분단은 광복의 미완성이자, 비정상적인 국제질서"라며 "국민적 합의를 모아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이날 "여야, 보수·진보를 초월해 동의할 수 있는 통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는 북한을 포함하는 한반도 경제"라며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대북 정책 대(大)협약'을 제안했다. 정 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미완(未完)의 광복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성취해야 할 과제가 통일"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대북정책에 대한 대협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정부와 민간이 함께 통일 한국에 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남북통일의 비전과 원칙을 천명한 '통일 헌장'과 통일에 이르는 구체적 과정을 담은 '통일 로드맵' 등 통일 청사진을 마련, 국회 협의를 거쳐 연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반쪽 광복'에서 벗어나 민족 구성원 모두가 평화·번영을 누리는 온전한 광복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을 이뤄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우리 내부의 통일 방안을 하나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20여년간 내려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시대 상황에 맞게 계승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통일의 비전과 원칙 등을 담은 통일 헌장과 통일에 이르는 과정을 명시한 로드맵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통일 방안은 1994년 김영삼 정부가 만든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자주·평화·민주를 통일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의 완전한 통일 국가를 지향한다. 반면 북한은 1970년대 이후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를 기본으로 하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반도에 2개의 체제를 인정하자는 것이 북한 입장이다. 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에 대해 '제도(흡수)통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북한 지도부는 (국가 체제를 일원화하는) '제도적 통일'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이것은 남한에 '연공(聯共) 정권'이 들어서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즉 공산 정권으로 통일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이라고 했다. 고려연방제안이 통일의 전제 조건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공산주의 활동 합법화, 주한미군 철수 등을 내건 것도 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새로운 통일 방안을 만들더라도 기본적으로 평화적 방법에 의한 점진적 통일이라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