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별세한 이맹희(84) 전 제일비료 회장은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다.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이창희·이건희 등 아들 셋과 이인희·이숙희·이순희·이명희 등 딸 넷을 뒀다. 장남인 이맹희씨는 당초 이병철 회장 뒤를 이어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인물로 꼽혔으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3남 이건희 회장에게 밀려났다. 이와 관련해 이맹희 전 회장은 1993년 경영권 승계 과정에 관한 회상록 ‘묻어둔 이야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1987년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장례식에 모인 이씨의 직계 가족들. 맨 오른쪽이 이맹희씨, 왼쪽에서 셋째가 이건희 삼성 회장.

이병철 회장 사후 이병철 회장의 자녀들은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핵심 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을 개별적으로 물려받고,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해 나왔다. 이맹희 전 회장은 제일제당 관련 기업을, 이명희씨는 신세계백화점을 물려받았다. 이후 제일제당은 CJ로 이름을 바꿨으며, 현재는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 이재현 회장이 CJ를 이끌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과는 거의 반세기에 걸쳐 '애증관계'를 이어왔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후계자로 유력했으나, 1966년 한국비료(韓肥)의 사카린 밀수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병철 회장의 눈 밖에 났다. 이맹희 전 회장은 훗날 자서전과 인터뷰를 통해 "당시 동생 창희(전 새한미디어 회장·작고)가 청와대에 아버지에 대한 투서를 했는데, 아버지는 내가 투서를 보내는 일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잘못 알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창희 전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둘째아들이다.

결국 이 일로 이맹희 전 회장은 후계자 자리를 막내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넘겨주고 경영 일선을 떠났다. '비운의 황태자' 소리를 들으며 한때 사냥에 열중하기도 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2012년 2월 동생 이숙희씨와 함께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이병철 회장이 남긴 재산 가운데 삼성생명·삼성전자 주식 일부와 이익 배당금 등 94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인도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패소하고 상고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2012년 11월 일본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폐암 2기 진단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폐의 3분의 1을 잘라래는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암이 신체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것으로 확인돼 이후 일본과 중국 등을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에 머물며 투병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